훈련기간 중의 편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함에 쩔어 있어도 강제로 쓰게하는지
      이틀, 사흘 건너 우체통에 있었다.

      "엄마..."로 시작하던 편지는 " 어머니"로 바뀌어져 갔고
      "아빠..."로 안부 묻던 내용은 " 아버지"로 호칭이 바뀌어져 갔다.

      아마도 1-3주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본인도 그러하겠지만, 떠나 보낸 부모 마음도 그러했으니까.
      과자를 유난히도 좋아하던 녀석이
      건빵이 이렇게 맛있는 과자인 줄 처음 알았노라고 할 때
      집 안에 딸래미가 먹다 남긴 과자 부스러기만 봐도  왜그리 눈물이 나는지..

      올 겨울 구정한파가 휘몰아칠 때
      그 추위에 찬물로 목욕을 했다고 했을때 (일부러 그런다고 나중에 들었음)
      구정음식 차려 놓고 먹기가 미안하고
      강한 바람에 창문이 덜컹 거릴때  추위에 떨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니
      이 겨울에 군대 보낸 것을 너무도 후회하며 눈물을 삼켰다.

      집 안 식구 걱정을 꼼꼼히 챙겨
      올 해 대학가는 여동생에게 그동안 귀찮게 굴어서 미안하다는 표현,
      할머니 레스링프로그램 보는 시간 챙겨서 TV 켜드리라는 문귀,
      형에게 잘못한거 용서해달라는 귀절에
      왜 나는 자꾸만 감격을 하는가.
      언제 그녀석이 그리도 식구들을 꼼꼼히 챙겼더란 말인가.

      따스한 이불 속이 그리워 가슴 속으로 얼마나 눈물을 흘렸을까
      명절에 둘러 앉아 만두를 만들던 시간이 그리워 구정 날 아침 울지나 않았는지
      가족이 소중한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문귀에
      그만 나는 감정 조절을 못하고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어버렸다

      그저 우리가 할 일은 편지를 쓰는 일이라 판단되어
      가족들 사진을 찍어 그 자리에서 종이에 프린터하고 그 뒤에 편지를 썼다.
      각각 자신의 편지를 써서 3일에 한번씩 부쳤다.

      이제 그 길고  힘들었던 겨울 훈련을 이겨내어
      배치를 받았다는 편지를 오늘 받았다.
      교관들도 마지막 주에는 부드럽게 대해주며
      자신도 어떻게 그러한 과정을 이겨냈는지 꿈만 같다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난관이 있어도 이겨낼 자신이 생겼다는 문귀도 있었다.

      내 아들....
      이제 자랑스런 해병대 이등병이 된 것이다.
      천자봉을 정복한 내 아들,

      인내를 배웠고
      맛없는 음식이라도  귀한 줄알고
      가족 소중한 줄 알게되었으니
      지난 6주간의 마음 졸임이 조금은 녹는 듯하다

      입대한 후에 집으로 날라온  장학금 통지서마저
      겨우내 얼어붙었던 어미 마음에 훈풍이 들게 하네

      이 세상의 부모 마음들은 다 똑같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