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면허는 82년 경 땄지만 10년이 지난 후 어쩌다가 재시험을 보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마침 아파트 부녀회에서 단체로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한 그룹을 모집하여 거기 끼었다. 한 20명?

필기는 모두들 1차에 붙었고 실기에서 그만 나를 비롯한 몇 명이 떨어졌다. 나의 경우는 이미 운전을 해본 터이므로 잘난 척을 한 것이 화근인가. 잘났다고 뽐내지 말라는 노자의 말씀을 정외숙 회장님이 그때 들려주셨더라면.........^^

나머지 사람들도 다 붙고 나만 홀로 남은 후의 심정을 헤아려보라. 그간 재시험 응시만도 여러 차례에 1년이 다 되었고 각종 항목을 골고루 위반하여 아마도 항목마다 다 걸려서 떨어졌을 것이다. 필기 합격기간이 무효화되기 직전 서울 강서면허장까지 가서야 겨우 붙을 수 있었다. 실기시험 노이로제가 걸려 급기야 시험날 그 젊디 젊은 나이에 그만 2호선 전철을 거꾸로 타고가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시험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던 기가막힌 일도 생각난다

1년간의 허탈감과 기쁨과 오만이천가지(10.이인옥 언니 버전) 감정이 교차하여 면허증을 벽에다가 붙여놓고 신주단지 모시듯 해프닝을 벌린 기억이 이제 또 떠오르는 것은 얼마 전 내가 벽에다 붙일 만큼 감격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교 2학년인 딸이 아르바이트로 학교 도서관에서 전산일을 1학기 동안했다. 급여를 한학기 마무리 한 후 한꺼번에 지급받는 것이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노동의 대가로 받는 그 뿌듯함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알려왔다. 첫급여는 가족들 속옷 사야 한다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가족들의 속옷 사이즈를 물었다.

우리집 식구가 합이 6명인지라 쥐꼬리만한 급여에서 적잖은 액수가 지출이 될 것인데 그냥 두라고 하려다 스스로 번 것이니 본인이 원하는대로 하라고 점잖게 말했지만  속으론 좋아 죽겠다. 언젠가 우리동기 강명희가 딸이 직장에 취직하여 첫월급으로 등산복을 사왔는데 남편과 함께 뒤돌아 앉아 표정관리를 했다는 구절이 생각났다.

나도 표정관리 잘해야겠다. 딸애가 졸업 후 취직을 하면 또 뭘 사올까?
드디어 식구들마다 선물꾸러미가 도착했다. 집에 없는 식구 선물은 포장된 채로 놔두고 나와 할머니 것이 펼쳐졌다. 할머니 것은 모시옷이었고, 내 것은 B&B(브래지어와 팬티)였다. 좋아 죽겠다. 그러나 표정관리해야지.

엄마의 성향을 제대로 못 파악했나? 나는 원색을 좋아하는데 ㅋㅋ
예전에 어렵사리 얻은 면허증처럼 벽에다 붙여놓고 몇 날을 보면서 기쁨과 감동을 누리고 싶다. B&B가 무게 때문에 떨어지면 거실 텔레비젼 옆에 놓고도 싶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다. 이건 완전히 초등학교 소풍 전날, 엄마가 시장에서 사다준 새신발을 머리 위에 놓고 잠 못드는 싶정이다.

사진 찍어서 여기도 자랑하고 싶지만 그게 좀 성격상 애로버전이라고 지탄을 받을 것아 이렇게 글로 대신 써본다. 군대간 아들에 관한 글을 쓰면 아들있다고 자랑이냐? 싫지않은 항의를 하는 동문들 때문에 그것이 맘 편하게 쓰기가 거시기(^^) 했다만 이번에는 아들만 있는 동문들의 항의를 감수할 작정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이걸 워떻게 입어
아까워서.

못입어, 안입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