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기도 / 정연복

추위 속에 
살금살금 자라는

아직은 여린 
봄기운을 격려하소서.

겨울은 겨울대로
자신의 소임

끝까지 다하고 있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산에 들에 조금씩
번지는 봄빛

이 가슴속에도
비추어지게 하소서.

미움의 날은 가고
사랑 꽃이 피는

새봄 
새 땅이게 하소서. 





Schneegloeckchen _MG_9064.jpg




Schneegloeckchen_MG_9061.jpg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고국으로부터 입춘소식을 보내온 문자와 

몇가지 시들이 저를 활짝 깨웁니다.


오랫동안 외국에 살면서 24절기를 놓치고 지냈는데,

특별히 서예가 친구가 직접 한자로 적은 

'입춘대길 건양다경' 의 글을 받고 보니 

새삼 먼 옛날의 그 봄이 그리워집니다.


우리 전원에도 봄을 맞이하는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스노우드롭' '갈란투스'  설강화(雪降花) 라고 불리우는 

하얀 꽃송이들이 종모양으로 청초합니다.

독일어로는 '슈네글룈헨'이라고 부르는데,

즉, '눈의 작은 종'이라고  뜻이 풀이 됩니다.


저는 오늘 이 꽃을 보면서 

'봄을 알리는 소식을  

너의 자그마한 종으로 두드리니? 

그래, 겨울이 녹는 소리가 들리누나!' 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봄맞이 시들을 찾아 읽다가 

정연복님의 시

' 입춘 기도'를 읊으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분의 마지막 싯귀  

'사랑의 꽃이 피는 

새봄 

새 땅이게 하소서'..처럼

 

여러분 모두 

새로운 봄맞이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5년 2월 4일 입춘에 

비인에서 

김옥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