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지나간다.
힘들었던  어제가  긴  꼬리를  감추고  2016년  붉은 원숭이  띠의  새해가  열린다.
지혜의  상징이라는  원숭이  해에는  내  인생이  좀  수월하게  지나갈까?
느닷없이  닥쳐온  4개월  간의  긴  입원생활
그리고  연달아  일어난  집안의  이러저러한  우환들로  2015년도는  참으로  어려웠다.

 

 

얼마전,  숱한  화제를  남기고  끝난  "응답하라..."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왜  그토록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에  열광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웃목에  자리끼를  떠놓고  자면  물이  꽝꽝  얼었던  그  추운  방,
연탄까스에  쓰러지곤  했던  친구들,
3층  교실에서  유리창을  닦다가  1층  바닥으로  떨어져도  묻은  흙  탁탁  털고  그냥  집으로  갔던  친구
밤  12시  싸이렌이  불기  전  집으로  당연히  갈  줄  알았던  순한  사람들이  그리워서는  아닐까?

 

 

결코  아니다.
다만  지나간  시절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얼마전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  레타"를  다시  보았다.
산에서  조난당해  숨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히로코를  새  남자친구가  조난당한  산으로  데려간다.
히로코는  눈  덮인  산을  향해"오겡키데스카?"라고  외친다.
"오켕키데스카?"는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연인의  죽음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첫사랑으로  기억하는  것은
지나간  시절이  아름답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만약  이들의  관계가  삼각관계였다면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있었을까?

 

 

아름다운  것은  간결한  것이라고  배웠다.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할  과학자들이  

 "아름다움"을  신봉하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DNA  이중나선구조처럼  이론이  복잡하지않고  간결하기에   아름답다고  말한다.
모든  학문의  기초는  수학이라고  한다.
십진법  60진법을  사용한  인간은  대칭에서  물리학을  만들어  내고  문학,  예술,  건축,  음악을  만들어  냈다하니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예를  들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가문과  줄리엣  가문이  대칭이다.

 


가장  간결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지나간  시절이  힘들고  어려워도  아름다운  것은
생각이  많지 않고  단순하게  살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제는  그  때보다  형편도  좋아지고  살만  해졌음에도  더  큰  욕심  때문에  우리는 결코  행복 할  수가  없다.

 

나는  왜  행복하지  않는  것일까?

욕심이  많고  고마움을  몰라서는  아닐까?

실상은  한  해를  보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아직  감사  인사를  못  한  사람들의  얼굴이다.

병실에  있다고  문병을  와  준  많은  선  후배와  친구들....

그  중에  14기의  조인숙  후배도  있다.

별로  친분도  없는데  밤  10시쯤  늦은  시각에  입원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  오는데  처음에  나는  나를  찾아오는  사람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언니...."하면서  다가오길래  얼마나  놀랐던지.

인숙  후배는  그  날  방금  해  온  따끈따끈한  약식을  주고  갔는데

우리  병실  식구는  물론  간호사들도  얼마나  맛나게  먹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퇴원을  해서는  한번도  전화도  못했으니.....

그래도  인숙  후배!

후배의  고운  마음을  내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리고  1기의  대선배님이신  이현자  선배님도  잊을  수가  없다. 

잘  모르는  후배임에도

퇴원  소식을  듣고는  손수  만드신  목걸이를  걸어주며  예쁘다  해  주셨으니

그  감사함을  어떻게  표해야  할지.....

 

돌이켜보면 

나는  내  자신이  힘들고  자꾸만  꼬일  때

습관적으로  낙서를  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덧  정리가  되는  느낌을  받곤  했다.

잊어버려야  좋을  일,  꼭  해야  할  일등이  차곡  차곡  쌓여있는  내  노우트는  정말  중요하다.

 

나는  오늘도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오겡키데스카?"라고.....

그리고  새해  다짐을  한다.

수학처럼  간결하게  아름답게  살자.

욕심을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