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중앙일보 ‘A형 간염 Free 캠페인’ [중앙일보]

입력 2011.08.08 09:31 / 수정 2011.08.08 10:47

건강한 20?30대 한 달 새 목숨 앗아가는 질병, A형 간염

여의도 성모병원 조세현 교수가 A형 간염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8년 새 145배 증가하고, 한 해 1만5000여 명이 감염으로 고통받는다’ ‘대수롭지 않은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노년층보다 건강한 젊은 층을 노리고, 특별한 치료법도 없다’. 이쯤 하면 건강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눈치 챘을 것이다. 바로 A형 간염이다. 대한의사협회와 중앙일보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A형 간염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대국민 홍보 ‘A형 간염 Free 캠페인’을 시작한다. 다음 달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의 기업에서 A형 간염 설명회와 무료 항체 검사가 시행된다. 또 중앙일보가 매주 월요일 발행하는 ‘건강한 당신’ 섹션에 3회에 걸쳐 A형 간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첫 번째 주제는 ‘A형 간염 급증, 그 이유는’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회사에 다니는 김희조(가명·32)씨는 재작년 봄의 악몽을 잊을 수 없다. 타고난 건강 체질에 근육질인 김씨는 언제부터인가 속이 메슥거리고 소화가 잘 안 됐다. 정확히 3주 뒤 간 이식을 받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채 소화제와 감기약만 먹고 버텼다. 그러던 중 옆자리에 앉은 동료가 김씨와 같은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상하다 싶어 병원으로 달려갔다. 급성 A형 간염이었다. 간 이식을 서두르지 않으면 수일 내로 사망할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간 기증자를 찾아 수술을 받았 다. 그는 아직도 감기·몸살 같은 증상에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송아영(가명·20)양은 지난해 수능을 망쳤다. A형 간염 때문이다. 수능 100일을 남기고부터 속이 메스껍고 미열이 수일간 지속됐다. 1분1초가 아까운 시간이었기에 약만 먹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송양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증상이 이미 깊어진 이후였다. 공부는 물론 동생도 전염돼 가정이 순식간에 엉망이 됐다.

몇 년 새 폭발적 증가 … 반드시 예방접종 해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의료계에서조차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전국을 다 합쳐도 1년에 100여 명의 환자가 보고될 뿐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07년부터 확연히 증가해 2008년엔 전 해 보다 3.4배 는 7895명, 2009년엔 6.4배 증가한 1만5041명이 A형 간염을 치료받았다. 특히 2009년엔 15명이 질병 진단 한 달여 만에 사망했고, 50여 명은 간 이식을 받아 가까스로 생명을 보전했다. 작년과 올해도 여전히 위험한 상태다.

 A형 간염이 무서운 이유는 건강한 젊은 층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데 있다.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영석 교수는 “A형 간염 바이러스는 한두 주 잠복한 뒤 3~4주 만에 간을 엉망으로 만들고 사망에도 이르게 하는 급성 간염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깨끗한 환경서 자란 젊은층 이하 고위험군

A형 간염이 갑자기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위생환경 때문이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 식수나 음식물, 사람의 손을 매개로 전파된다.

 의협 정책이사 박희봉 원장(박희봉 소아청소년과의원)은 “위생환경 수준이 열악했던 과거에는 출생과 동시에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다행히 1~5세 때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감염되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A형 간염 바이러스의 공격 대상인 20~30대가 고위험군인 것은 바로 깨끗한 위생환경에서 자랐기 때문. 신생아였을 때 바이러스에 노출될 기회가 없어 ‘공짜’ 항체를 얻을 기회를 놓친 것이다.

 A형 간염의 첫 번째 감염 장소는 학교다.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조세현 교수는 “학교·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 사람 간 감염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군대다. 학교보다 전염 위험이 배로 커진다. 세 번째는 직장이다. 조 교수는 “2009년 A형 간염이 최고로 유행했을 때 같은 직장, 같은 부서 사람 7~8명이 함께 병원을 찾았다. 특히 증권가나 전산실처럼 책상이 붙어 있는 공간에서 전염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A형 간염은 현재로선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선진국에서는 생후 12개월 된 신생아 대부분이 예방접종을 받는다. 학생·성인은 시기와 상관없이 총 2회 접종 받으면 98% 예방 효과가 있다.

배지영 기자

 
A형 간염=A형 간염 바이러스로 옮는 전염병이다. 입을 통해 신체로 들어가 장에서 서식하다 변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감염자의 변이 묻은 손으로 조리된 음식을 먹거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먹었을 때 생길 수 있다. 피로·메스꺼움·설사·구역·짙은 소변·미열 등이 나타나며 좀 더 진행되면 황달 증상도 나타난다.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2개월 내 완치되지만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