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인터넷검색으로 나온 내용입니다.

출처 :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559615

 

“젊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해 우리나라 미술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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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애호가에서 화랑 주인으로' 갤러리 유로의 박춘순 대표


[아시아투데이=주진 기자] 늦가을 정취가 깊어가는 22일, 신흥화랑가로 급부상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유로플라자 1층 갤러리 ‘유로’를 찾았다. 
유럽풍 양식의 새하얀 대리석 건물 외벽이 무척이나 고풍스러운 유로 갤러리는 다양한 미술품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화랑을 꾸려나가고 있는 박춘순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이날 오후 갤러리 내에는 극사실회화로 잘 알려진 유용상 작가의 초대전이 열리고 있었다. 다음달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 대해 박 대표는 “젊은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갤러리 유로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낸 전시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해 대한민국미술인상 청년 작가상을 수상한 유 작가는 유리잔에 담긴 와인이라든가 종이컵에 담긴 음료수를 거품까지 극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묘사력이 좋은 작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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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사실회화로 잘 알려진 유용상展이 열리고 있는 유로 갤러리 내부 모습. 사진= 주진 기자

올해로 14년째 갤러리를 운영해오고 있는 박 대표는 가급적 상업 목적의 전시는 자제하고 기획전 위주로 운영하면서 역량 있는 중견 작가와 참신한 신진 작가들을 육성·발굴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소신을 지키고 있다.
이 때문에 작가에게 갤러리 대관은 일절하지 않고, 기획전초대전으로만 갤러리를 꾸려가고 있다. 작품 설치에서부터 팸플릿 제작까지 모든 비용을 갤러리에서 부담한다.
박 대표는 “요즘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는 갤러리로서는 적잖은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보람이 크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미술애호가였던 박 대표는 1997년 2월, 갤러리 유로를 열고 본격적인 사업가로 변신했다.
IMF로 경기가 어려울 때 신진작가들에게 갤러리의 문을 열어준 것도 바로 그였다.
갤러리 유로는 해마다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와 화랑미술제에 참여했고, 백남준,강익중,하종현,김춘수,이성근,김중만,찰스 아놀디,크리스토,프랭크 스텔라 등 국내유명작가들의 기획전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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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하는 가풍 탓일까. 박 대표의 큰 딸은 음대를 나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둘째 딸은 이화여대 미대를 나와 큐레이터가 됐다. 바로 유로 갤러리 신현영 실장이다.    

박 대표의 사무실은 또 다른 갤러리나 다름없다. 사무실 벽에는 그가 소장하고 있는 프랭크 스텔라의 판화와 세자르의 폐자동차모양 ‘압축 조각’, 네오다다이즘의 선두주자인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작품 등이 걸려 있고, 소파 옆에는 뚱뚱한 인물들을 즐겨 그린 페르난도 보테르의 조각상 등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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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보테르의 조각상(박 대표 소장품). 사진 = 주진 기자 

‘정확히 세보지 않아서 모를 정도로’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소장품으로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1997년 개관전으로 우리나라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展’을 열었던 박 대표는 자신이 갖고 있던 김환기의 유화 16점, 드로잉 5점, 과슈 30점 등 1963년부터 1970년까지 작품 50여점을 선보였다. 

2007년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회 ‘현대미술의 거장전’ 역시 모두 자신의 소장품으로 열었다. 프랭크 스텔라, 로버트 라우센버그, 세자르,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미니멀 아트(Minimal Art)나 팝아트(Pop Art)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해 큰 호평을 받았다. 1998년 세자르 기획전을 추진했지만 성사를 앞두고 그해 작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안타깝게 무산되고 말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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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

젊은 시절부터 미술 공부에 대한 열의가 남달랐던 그는 대형미술관이나 교육기관 등에서 하는 교육이나 강연은 지금도 빠지지 않고 챙긴다. 동서양 미술사나 현대 미술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갤러리 2층에 50-60석 규모의 강의실을 만들어 지인들과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미술, 오페라, 건축,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아카데미 강연을 열고 있기도 하다. 

미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07년부터 늦깎이 학생으로 성균관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그가 유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한 것은 박사과정에서 ‘동양미학’, 특히 ‘한국미학’을 전공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림은 손끝에서 나오는 것만 아니라 그 시대의 흐름과 사상이 담겨 있다”면서 “한국의 미술사는 중국의 영향, 즉 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사상, 철학이 담긴 유학을 모르면 한국 미학을 깨우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의 석사논문 주제는 겸재 정선의 산수화를 중심으로 한 <조선조 진경산수화의 ‘주역’ 미학적 해석>이다. 정선의 <금강전도>, <우중조어도>, <단발령망금강도>, <인왕제색도> 4점 작품을 주역의 음양 사상으로 해석했다. 그는 <금강전도>를 주역의 음양사상이 완벽하게 재현된 걸작이라고 손꼽았다. 

그는 “한국미술사와 한국 미학은 차원이 다르다. 한국미술사를 다룬 책들은 많은데 한국 미학을 체계적으로 다룬 자료나 책이 거의 없다”면서 “한국미술사를 유학 공부한 분들이 연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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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유로 2층에 자리한 아카데미 강의실

그는 요즘 공부, 갤러리 운영, 사회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인천 인일여고 총동창회장(2회 졸업)을 맡아 ‘50주년 기념사업’으로 '인일여고 50주년사'를 발간, 학교에 헌정했다. 아울러 그는 개인기금으로 학교 빈 교실을 리모델링해 '연혁관'을 만들고, 초기 건물 머릿돌, 교복, 교표, 교지, 앨범, 옛 학교의 건물 모형도 등을 전시했다. 성균관대학교 여성동문회장을 9년째 맡아 여성리더십 고양을 위한 다양한 포럼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또 내년 강화도에 500평 규모의 미술관을 새로 열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공부하랴, 일하랴 정신없이 바빠서 때로는 힘들기도 하지만, 공부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며 “그동안 내가 쌓은 경험과 지식이 우리나라 미술 발전에 적게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