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로에서 영화 한편을 보았읍니다.  
제목이 ‘그녀에게’  라는 것만 알고 갔는데  보니까 스페인영화였읍니다.
아름답고 신비스럽기도하고  순수하고 매우 좋았읍니다.
모처럼 좋은 영화를 보고 참 기뻤읍니다.
특히나  가끔씩 귀에 들어오는 스페인어 대사와  낯익어보이는 스페인풍경들이
2년전에 갔던 스페인을 그리워하게 만들었읍니다.

2년전 그때 나는 스페인에 갔다온 나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읍니다.
될 수 있으면 책으로 만들어서 여러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읍니다.
나이 오십을 넘어,  아니 육십쪽이 훨씬 더 가까운데  이제 겨우 유럽 한번,  
그것도 단지 스페인의 북부지방 한군데를 돌아보고 온 여행담이 무에 대단하다고 이런 마음이 들었을까요?

그건 나도 알 수가 없읍니다.  
단지 어떤 파악할 수 없는 섭리가 작용했다는 느낌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읍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읍니다.
서운하기는커녕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그 날부터 나는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한달만에  책 두권 분량을 썼읍니다.
그리고  그  정리되지않은 나의 <스페인에서 걸어 돌아다닌 이야기> 를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메일로 보냈읍니다.

나의 ‘이야기’ 는 프린트된 묶음으로 동창들 사이를 옮겨다니면서 읽혀졌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일년 후 몇몇 친구들의 사랑과 정성과 돈으로 정말 한권의 책이 되어 나왔읍니다.

브라질에 이민 가서 살고있는 나는 그동안 고국에 올 기회가 별로 없었읍니다.
금년 5월 말에  세번째로 나는 한국에 다니러 왔읍니다.
일부러 그리했는지, 우연히 그리되었는지 친구들은 그 시기에 맞추어 책이 발간되었노라고 하면서  
나의 서울도착 이튿날에 내 손에 ‘나의 책’ 을  안겨주었읍니다.

나의 감동이 얼마만했을지는 짐작이 되겠지요?
아니요.   아무도 모를것입니다.   그것은 나만이 알 수 있는 일일거예요.

학교 졸업한지  38 년,  한국을 떠난지 26 년,   우리들이 서로 본 마지막 만남도 벌써 8 년전,    
이쯤되면  나는  아마  ‘잊혀진 여자’  가 되어도 서운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객관적 상황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그 8 년이나 26 년동안에 이 친구들과 전화나 편지의 왕래가 계속 있었던 바도 아니었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나의 책을 만들었읍니다.
나는 그들의  넘치는 사랑의 바다에 빠져 감동하며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읍니다.  
요즘 아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나, 조영희일것입니다.

내가 쓴 이야기가 좋아서 그냥 묻어두고싶지 않았다고  친구들은 말했읍니다.
그렇다해도 사랑이 없었으면  책이 되어 나올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읍니다.

나는 그 책 ‘산티아고’ 의 주인은 일곱명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요즘 나는 그 책의 내용은 차치하고 책이 되어나온 과정을 자랑하고 다닙니다.

40 여년전 인일의 동산에서 함께 자란 우리들,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인연으로 다시 해후하여  여기 인일홈피에까지 왔읍니다.
또 금년에 이렇게  총동창회 홈 페이지가 생겨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우리 일곱명의  <산티아고 회원>  을 공개해도 좋겠지요?
이 공개여부를 본인들에게 사전문의하지는 않았지만  ‘산티아고 책’ 소개도  사전문의 된 바가 없었기에  
‘이 홈피의 관습법은 그런가부다.’  생각하고 내 맘대로 공개하겠읍니다.

인일여고 3회 동기들인  강동희,  김문자,   김성심,   김암이,  박광선,  신혜선,  그리고 나 조영희.

우리 일곱명은 적어도 산티아고의 정신으로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점에서는 무언의 일치를 본 사이라고  생각됩니다.
서로 자주 만나지는 못 하더라도  각기 자기가 위치한 자리에서 서로를  기억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진실되고 무엇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인지를  
말없이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싶습니다.

지나온 길도 멀고 앞으로 갈 길도 멀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서,  나 자신으로부터조차도 좀 떨어져 서서,  
천천히........ 가만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나의 스페인여행이  오늘 다시 생각납니다.

인일 홈페이지가 앞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기를  바라면서 여러 동문님들, 기회가 되면  
<산티아고>  책도 한번 읽어봐 주시기 부탁합니다.
수고가 많은 우리들의 관리자  전영희동문에게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