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교회의 지극히 평범한 사모다. 그런데 올해 하나님께서는 무슨 연유인지 세상 속에 내 모습을 확연히 드러내도록 만드셨다. 너무 급작스러워 당황스럽지만 이 속에도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지난 봄 내가 졸업한 인천 인일여고 동창회 홈페이지에 내가 쓴 글을 매일 하나씩 올렸다. 그런데 이 글이 하루 평균 조회 수가 무려 1000회를 넘고 그것도 부족해 내용을 복사해 사람들에게 돌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홈피의 글들은 지난 83년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뒤 기독교인이 되어 목회자로 변신했고 나 역시 사모가 되어 겪은 20년간의 사연들은 담담히 적은 것들이다. 독자들은 내 글에 큰 감동을 받았고 특히 어려운 분들이 새로운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나는 이 글이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고 위로가 된다면 하는 바람이다.

결혼 초 남편은 돈 잘 버는 사업가였다. 10개월 동안 물건을 만들어 2개월간 파는데 하루에 3000만원씩 돈이 들어왔다. 돈이 많고 신앙이 없는 삶은 쾌락만을 추구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술과 도박에 빠진 남편을 허탈하게 바라보면서 내 인생을 돈과 바꾸기에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남편을 보다 못해 “주님,우리 집에서 돈을 모두 가져 가시고 남편을 바르게 잡아주옵소서”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기도 후 6개월이 지나자 남편의 사업은 거짓말처럼 기울기 시작했고 손대는 일마다 실패했다. 그런데 막상 집이 넘어가고 거리에 내몰릴 상황까지 되자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여기에다 너무 신경을 써서인지 장출혈이 왔고 병원에서는 병증이 심해 나쁜 쪽으로 진전됐을 수 있으니 정밀검사를 하자고 했다. 나는 건강과 재산을 잃고 망연한 모습으로 친정을 찾았다.

결혼 전 어머니는 내게 하나님의 일을 하라고 권했지만 나는 그것을 거부했다. 무엇보다 예수를 믿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은 어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일이었다.

나는 눈물을 쏟으며 “엄마!우리 사업 다 망했어요. 집도 넘어갔고 거리에 나앉게 됐어”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요동도 없이 담담하게 “할렐루야”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다시 “엄마! 거기에다 나 죽을 병에 걸렸어”라고 울먹였다. 그 말에도 어머니의 대답은 역시 “할렐루야”였다. 어머니는 곧장 “주님 감사합니다. 내 사위 어서 주님께 돌아오게 하옵소서. 돈도 부수고 건강도 부수고 안되면 생명을 부숴서라도 돌아오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셨다.

어이가 없었다. 어머니의 태도에 무척 약이 올랐다. 아무리 그렇다고 힘들게 찾아온 딸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조용히 되짚어보니 그동안 주님 앞에 나 역시 바로 서지 못한 것을 회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기도원에 들어가 며칠 동안 마음껏 소리내어 기도하고 싶었다. 그러나 성격이 불 같은 남편은 자기 앞에서 ‘하나님’이란 말도 못 꺼내게 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모든 것을 예비하고 계셨다.

정리=김무정기자 moojeong@kmib.co.kr◇필자약력△1956년 인천 출생 △인천 인일여고 및 총신대학 신학대학원 졸업 △서울 하나로교회(이영도 목사)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