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10j 조선일보에 기사가 났길래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이기사가..
1973년 인일여고 졸업.. 10기 선배님이신가 봅니다. (본명 : 박명옥)
:"54세에 신춘문예를 통해 재등단한 시인 박미산"
방송대에서 학교를 빛낸 대표적인 일곱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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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내용은 인터넷 뉴스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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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시인의 문학적 갈망, 별처럼 소로시…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인 박미산씨 첫 시집 상재
  •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 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 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

    올 정월 초하루 아침, 읽는 이들의 가슴을 따스하게 쓸어 만졌던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너와집’은 이렇게 흐르기 시작한다. 심사위원들은 “‘너와집’은 실제의 너와집이기보다 ‘당신’과 ‘내’가 만든 사랑의 집일 터, 그 비유가 호소력이 있어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상찬했다.

    ‘너와집’의 주인공 박미산씨(사진)는 뒤늦게 시업의 길로 들어선 50대 중반의 여인이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대학에 가지 못했던 그는 뒤늦게 방송통신대학 국문과를 졸업했고, 다시 고려대 대학원에 들어가 딸과 함께 같은 캠퍼스에서 공부하면서 국문과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그가 늦게 시작한 시업을 벌충이라도 하듯 신춘문예 당선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첫 시집 ‘루낭의 지도’(서정시학)를 상재했다. 이미 수필로 문단에서 이름을 알려온 데다 2006년 ‘유심’ 신인상을 받아 시인의 길을 걸어오던 터였다. 인생의 연륜을 충분히 확보한 여성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시편들이 첫 시집에서도 각별히 눈길을 끈다.

    “장님이 되고 싶다고요? 배롱나무 꽃물이 붉게 물들었던 당신, 우주가 몸 풀고 떠난 자리, 꽃이 빠져버린 배롱나무라고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누군가 건드리면 내려앉을 것 같아요, 백일씩이나 휘어지게 꽃을 피우는 여름보다 맨몸으로 꼿꼿하게 서 있는 한겨울이 더 멋져요, 당신은 마흔여섯 해를 그렇게 견뎠지요.”(‘셀프 누드 포트레이트’에서)

    이제 폐경기에 다다른 여인은 ‘우주’를 생산하던 자궁도 그 기능을 마감하고 꽃도 더 이상 피지 않는 늙은 나무라지만, ‘늙지도 젊지도 않은 당신’은 한겨울의 맨몸이 더 멋지다고 시인은 넉넉하게 위로한다. 시인 자신으로도 읽히는 그 ‘당신’은 오랜 침묵 속에서 늘 허기진 세월을 살아왔다. 가을 산과 여름 해와 봄 달까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그녀였다(‘늙은 호수’). 이제 ‘뱃가죽이 꺼진 그녀의 소원’은 ‘말없이 흐르는 일’뿐이다. 유산의 기억을 형상화한 ‘부서진 등뼈’는 뱃가죽 안에 생명을 품어보지 않은 자가 흉내 낼 수 없는 절창이다.

    “익지 않은 별들,/ 덜 자란 등뼈가 둥글게 빛난다//… 두 손으로 두 귀를 막고/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는다/ 발가벗은 아기들이 내 몸에 쏟아진다/ 하늘이 뾰족하다.”

    글 조용호, 사진 허정호 기자

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너와집 / 박미산
   
갈비뼈가 하나씩 부서져 내리네요
아침마다 바삭해진 창틀을 만져보아요
지난 계절보다 쇄골 뼈가 툭 불거졌네요
어느새 처마 끝에 빈틈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요

칠만 삼천 일을 기다리고 나서야
내 몸속에 살갑게 뿌리 내렸지요, 당신은
문풍지 사이로 흘러나오던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고
푸른 송진 냄새

가시기 전에 떠났어요, 당신은
눅눅한 시간이 마루에 쌓여있어요
웃자란 바람이, 안개가, 구름이
허물어진 담장과 내 몸을 골라 밟네요

하얀 달이 자라는 언덕에서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화티에 불씨를 다시 묻어놓고
단단하게 잠근 쇠빗장부터 열겁니다
나와 누워 자던 솔향기 가득한
한 시절, 당신
그립지 않은가요?

[당선소감]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라든가 막막한 나날이 계속될 때마다 산을 탔다. 바싹 마른 말이 먼지를 피우며 스르르 무너지려 할 때 지리산을 완주했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설악과 북한산에 다니면서 내 몸을 다져 밟았다.

잘근잘근 밟혀 돌아오면 후줄근한 내 몸에서 말들이 피어나왔다. 허기진 가슴에서 바람이, 구름이, 안개가 시로 피어났고 때로는 미처 피어나지 못한 말들은 나도 모르게 곳곳에 쌓여 갔다.

찰랑찰랑 의심하던 사랑을, 요절을, 시를 여름 계곡에 떠나보내고 푸른빛이 사라져 이슥해진 나의 겨울 계곡은 은빛의 물 뿌리가 드러났다. 바닥이 다 드러난 나는 솔솔 내리는 눈발에 목을 축이고 사모하는 긴 혀를 따라 구불구불 의심했던 길을 다시 갔다.

피어나지 못했던 말은 부패되지 않은 채 골짜기로 흐르고 있었으며 이리저리 부딪치며 새 물길을 터뜨리기도 했다.

지난밤 나는 가장 예쁜 꿈을 꾸었다. 눈 쌓인 계곡에 차가운 바람을 얼굴에 맞으면서도 지천으로 피어나던 꽃살문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내가 존경했던 선생님께서 철없는 나에게 ‘늦게 피는 꽃’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지진아처럼 느리게 공부하는 나에게 격려와 질책을 아낌없이 해주신 최동호 선생님과 시 합평회를 할 때마다 묵사발을 만들어준 수요시창작팀, 유안진 선생님, 장만호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치매로 고생하시는 시어머님과 구십이 넘도록 식당일을 하시는 친정어머니, 묵묵히 나를 지켜준 남편과 사랑하는 두 딸 단비와 차래에게도 고마움을 보낸다. 십년을 함께 땀 흘린 택견패들에게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고, 무엇보다도 유종호 선생님과 신경림 선생님 두 분 심사위원께 감사드린다.

오랜 세월 흐르는 동안 유연해지고 너그러워진 말로 살냄새 나는 시를 쓰고 싶다. 나는 우리들의 삶을 감싸 안는 따뜻함이 묻어나는 시를 씀으로써 두 분 심사위원께 두고두고 은혜를 갚을 참이다.

 

 

박미산 시인 (본명: 박명옥)
1954년 인천 출생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방송대 강사
 

 
[심사평] 신경림 · 유종호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이 수준이나 내용이 비슷비슷했다.

특별히 개성 있는 시가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재미있게 읽히는 시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실직’(이재근), ‘나비의 꿈’(문계현), ‘너와집’(박미산) 같은 작품들은 신춘문예라는 관문을 통과할 수준은 넉넉히 되었다.

먼저 ‘실직’은 삶에 뿌리박은 정서의 시로서 호소력을 갖는다. 한데 무언가 신선한 맛이 덜하고, 죽음의 이미지가 시를 무겁게 만든다. 게다가 너무 건조하다.

같은 작자의 ‘얼굴’은 읽는 재미는 ‘실직’보다 낫겠는데, 산만하고 장황한 것이 흠이다.

‘나비의 꿈’은 장애인 부부의 외식 나들이가 소재가 된 시로서, 그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비유가 좀 억지스럽고 관념적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화자가 되고 있는 ‘붉고 둥그스름한 다라이’는 정리가 더 돼야 할 소재 같다.

하지만 남과 같지 않은 상상력은 그의 앞날에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너와집’은 아주 따듯한 시여서 일단 호감이 간다.

물론 ‘너와집’은 실제의 너와집이기보다 ‘당신’과 ‘내’가 만든 사랑의 집일 터, 그 비유가 호소력이 있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말이나 감각도 신선하고 맛깔스럽다. ‘문둥이가 사는 마을, 이랑진 무덤들 사이에도’는 열두 살 여름의 추억을 소재로 하고 있는 시로서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힌다.

이렇게 해서 우리 두 심사위원은 최종적으로 박미산의 ‘너와집’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