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침침했던 서울 영등포동7가 남부교육청 앞쪽 골목길이 최근 환해졌다. 지난 6월 이곳에 개관한 여성미래센터가 가로등을 설치해달라고 구청에 요청했고, 구청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남윤인순 여성미래센터장은 지난 24일 가진 개관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으슥했던 골목길이 환해져 주변에 사시는 분들이 좋아하신다”면서 “영등포시대의 여성운동 목표는 모든 이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여성미래센터는 5년여 셋방살이로 떠돌던 한국여성단체연합,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등 우리나라대표적인 여성사회단체 12개가 입주해 있다. 지하 1층, 지상 5층에 옥상까지 1000여㎡ 규모로 단체 사무실과 회의실, 교육장, 홍보전시관, 게스트하우스까지 갖추고 있다. 또 카페 바오밥이 있어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남 센터장은 “이곳은 필요한 사람들이 머물렀다 떠나는 플랫폼 같은 곳”이라면서 “새로운 여성그룹 일꾼들에게 선배의 경험을 물려주는 인큐베이팅 공간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여성미래센터는 여성평화의집 후신이다. 1993년 독일기독교개발원처(EZE)의 지원과 9개 여성단체의 전세금으로 장충동에 마련했던 여성평화의집은 여성운동의 산실이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여성의 전화, 기독여민회, 보육교사회, 여신학자협의회,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여성교회, 아시아여성신학교육원 등이 둥지를 틀었던 곳이다. 이 단체들은 이곳에서 성폭력특별법(93년), 가정폭력방지법 제정(97년), 성매매 방지법(2004년) 등 여성인권 3법의 제정을 일궈냈고, 호주제헌법불일치 결정(2005년)을 이끌어 냈다.

여성계의 숙원사업을 이뤄낸 곳이었지만 건물이 너무 낡아 손볼 수 없게 되자 새 공간을 마련키로 하고 2005년 건물을 매각했다. 건물을 팔자마자 부동산 값이 뛰어 매각대금으로는 평화의집 만한 건물도 얻기 어렵게 됐다. 한두달이면 끝날줄 알았던 단체들의 셋방살이가 5년을 넘긴 사연이다. 100곳이 넘는 건물을 둘러본 뒤 어렵사리 지금의 건물을 매입해 8개월에 걸쳐 재건축을 했다.

남 센터장은 “장충동 시대가 여성문제를 이슈화 하는 시기였다면 영등포 시대는 여성문제를 환경과 인권분야까지 이슈를 확장하는 시기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에 이사하면서 여성환경연대,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군인권센터 등의 새로운 단체를 한지붕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미래센터 건물 전면에는 유한킴벌리 풀무원 한샘인테리어 등 기업을 비롯해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과 원로여성학자 이효재, 코미디언 김미화, 배우 권해효 등 후원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여러 곳의 도움을 받았지만 아직 빚이 많아 후원이 절실한 상태다. 후원금은 기부금 처리돼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02-704-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