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김인숙선배님 월간 모던포엠 통하여 문단등단 소식이 7기에 있어 동문동정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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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인천 생
서울교대 졸업, 서울가톨릭신학대학 신학학사, 서울가톨릭신학대학원 신학석사
필리핀 성 토마스 대학(University of Santo Tomas) 대학원에서 신학박사학위 수료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서울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원 등에서 강사 
인보성체수도회 새감연구소 소장 역임
현재 천주교난곡동성당 전교수녀

[저서]
김인숙, 『진정한 삶으로의 초대: 버나드 로너간과 영성신학 방법론』, 가톨릭출판사, 2005.

[역서]
니체타 바르가스 지음 ? 김인숙 역, 『요한복음 쉽게 들어가기-서시(요한 1,1-18)를 중심으로』, 가톨릭출판사, 2003. (외 2권)

[논문]
김인숙, “윤을수 신부의 생애와 업적 및 영성”, 한국천주교회창설 200주년기념 한국교회사논문집Ⅱ, 1985, 727~772.

      , “진행 중인 역사과정에 대한 해석학”, 「신학전망」, 144호(2004), 114-137.
      , “로너간의 교육철학의 특성”, 사목연구[특집호 국제학술심포지엄 주제: 버나드 로너간의 교육철학과 한국 사회의 적용], 19호(2007), 30-62.(외 20여편)

 

 

흔들리는 나무 
                        

                                                                                                                                                             김인숙 소화 데레사 수녀

 “수녀님께서 주신 책, 잘 읽었어요. 

내가 세례받고 힘들어서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질 뻔했을 때 수녀님께서 주신 작은 책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6개월의 예비자 교리를 마치고 세례를 받은 K 형제님이 편지를 보내왔다. 

50대 초반인 그 형제님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반지하에서 살고 있었다. 

세례받기 전, 가정방문을 간다고 하니까 “너무 누추해서요.”하며 극구 사양했다. 

하는 수 없이 방문 대신 개인 면담으로 대치하였는데, 

세례 후에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는 일이 벌어지고 어려움이 더 컸다고 눈물을 글썽이던 그가 생각난다. 

그래서 성당을 그만 다닐까 하는 유혹에 빠지려 하던 중, 내가 준 소책자를 읽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다. 
 “말씀이 나를 잡았어요.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는 책 같았고, 내 마음속을 훤히 드려다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나를 위해 쓴 책 같아서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그 형제님은 그 후로 열심히 기도생활을 했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은 이 책과 함께 출퇴근하며, 언제나 내 가방 속에 마음속에 같이 있습니다. 

수녀님의 말씀과 같이 

뿌리가 약해서 비바람에 쓰러지는 약한 믿음이 아니라 뿌리를 깊이 내려서 흔들리지 않는 

대건 안드레아가 되겠습니다.” 

그는 지금 부산으로 내려가 친척의 가게 일을 돌보며 살고 있다. 가끔 문자도 보내온다.
 우리의 마음은 자주 흔들리곤 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듯이 

내 마음조차 잘 모를 때가 많다. 

바다 같이 넓어져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것 같다가도 바늘구멍조차 들어갈 틈이 없이 옹색해지기도 한다. 

때론 한없이 여리고 부드러운 어린아이의 살처럼 유연 하다가도 돌덩이보다 더 딱딱해지기도 한다. 

이웃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이웃의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쉽사리 이웃과 하나 되다가도 

높다란 담을 쌓아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자신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 소통이 안 되어 마음에 상처를 입다가도 나를 이해해주는 한마디 말에 씻은 듯이 낫기도 한다. 

켜켜로 싸인 마음의 껍질을 하나씩 벗기다보면 

마치 양파껍질을 벗기면 새하얀 속살이 드러나듯 고요하고 잔잔한 미풍지대를 만난다. 

그 마음이 평상심을 유지하고 깊어지면 비바람에도 끄떡하지 않는 무풍지대가 될 것이다. 

그 안에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계시는 분이 계시지 않는가! 

흔들림이 클수록 그 반작용의 힘으로 마음 깊이 내려갈 수만 있다면, 나는 더 많이 흔들리고 싶다. 

마지막 잎새 하나가 나뭇가지에 붙어 미풍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내 마음도 따라 흔들린다. 

봄에는 바람이 자주, 또 많이 분다. 

겨우내 헐벗은 나뭇가지는 바람에 흔들리며 땅속 깊이 흐르는 물가로 그 뿌리를 내리뻗는다. 

바람이 많이 부는 이유는 뿌리에서 가장 멀리에 있는 저 가지 끝까지 물기를 빨아올리기 위함이란다. 

 
 흔들리는 나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자기 뿌리를 더 깊이 단단히 대지에 내린다. 

세파에 흔들리는 인간 나무들, 그 외로운 몸짓은 인간 본연의 뿌리를 향한 아우성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의 흔들림 없이 덤덤하게 살아가는 것도 평온하고 잔잔한 호수처럼 좋겠지만, 나는 가끔 흔들리는 나무가

 더 매력적이다. 

흔들림이 클수록 나무는 더 단단해지고 가지는 물기로 생생해지기 때문이다.
 나무는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손을 내뻗는다. 

인간은 땅에 발을 딛고 살면서 한없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나무가 나무인 것은 땅과 하늘을 동시에 품고 있기에 가능하듯이,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도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가며 때론 흔들리고 때론 좌절하면서도 또다시 일어서는 몸짓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틀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색안경을 끼고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는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창조적 질문을 하면서 세상을 흔들어보는 나무가 되는 것은 어떨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으면서 참으로 존재하는 것도 많이 있다.

정리해고 문제를 놓고 11개월 가까이 동료의 아픔을 온몸으로 껴안고 동료를 대신해 흔들리는 크레인에서 

지낸 김진숙씨는 희망버스의 응원에 힘입어 드디어 땅으로 내려왔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진정 존재하는 용기, 정의, 평화, 연대, 배려, 격려, 친절, 사랑 등의 가치가 있다.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그 가치를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흔들리는 ‘나무’들이 있는 한 세상은 아름답다. 

살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