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에 인일여고에 부임하셨던 5회 이영규동문은 현재 경기대명고등학교에 양효교사로 재직중입니다
아래의 기사는 조금 오래 되었으나 요즘도 한결같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는 자랑스런
동문이십니다



"한창 배불리 먹어야 할 시기에 밥을 굶으면 안되죠"
수원 영덕고 이영규 교사(53)는 제자들을 위해 아침마다 커다란 반합 도시락을 준비한다. 메뉴는 소시지와 당근, 김치 등을 넣어서 만든 볶음밥이다.
아침 8시30분. 이교사는 학교 2층 중앙에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반합을 열어 고3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집안이 어렵게 된 서웅이, 삼촌 집에서 살고 있는 성민이 등 3∼5명이 이교사와 아침을 먹는다. 지난 6개월간 하루도 거르지 않은 일과다. 밥상을 놓고 격의 없이 대화가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다정한 어머니와 아들 모습이다. 가끔 동료교사들이 이곳으로 달걀이나 감자를 삶아 가져오기라도 하면 아침부터 떠들썩한 파티가 벌어진다.
교련을 가르치는 이교사는 학교에서 상담반을 맡고 있다. 앞서 근무하던 수원여고, 용인고에서도 우수 상담교사로 명성이 자자했다. 스승의 날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이선생님 덕분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청소년기의 방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제자들의 편지와 카드가 수백통씩 책상에 쌓인다.
컴퓨터 중독에 빠진 순철(가명)이가 최근에 다시 학교로 돌아온 것도, 왕따로 갈등을 겪던 규환(가명)이가 학교생활을 다시 즐겁게 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이교사의 도움이 컸다.
순철이는 하루 종일 PC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게임과 채팅에만 몰입했다. 보다 못한 엄마가 컴퓨터를 못하게 하자 순철이는 가출을 했고, 결국 이교사가 2박3일을 쫓아다니며 설득해 다시 가정으로 돌아왔다. 요즘도 순철이 엄마는 아들과 불화가 생기면 밤 12시가 됐건 새벽이 됐건 이교사 집을 찾아가 상담을 한다.
규환이의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교사는 규환이를 왕따시키는 학생 5명과 일일이 교분을 나눴다. 결국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와 친해진 뒤 중재에 나서서 이들이 화해의 악수를 나누게 했다.

71년 모교인 인천 인일여고에서 교편생활을 시작한 이교사는 학생 지도를 하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매를 들어본 적이 없다.
학생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은 매가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이다. 특히 말썽꾸러기들은 학교에서 늘 소외돼 있어 교사들의 질책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쉽게 마음이 돌아선다.
여기에 소품처럼 등장하는 것이 음식이다. 이교사는 학생들과 상담할 때 늘 먹을 것을 내놓는다. 과일이나 차를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누면 서먹서먹함이 사라지고 금세 분위기가 온화해진다.
직업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는 고3 학생들을 찾아갈 때도 빵과 음료수를 마련한다. 이교사는 그곳에서도 인기가 최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교사는 "나이가 50줄에 접어들어서인지 이제는 어린 학생들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이 도움을 청해 오면 귀찮다기보다는 이게 웬 횡재인가 하는 반가운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오창민 기자                                      경향신문  200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