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정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 버스 속에서도 
추운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이는 것이 보이고



울렁거려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속에 적동백 화드득 
화드득 툭 터지는 소리 들리고


눈물겨워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중국 산동성에서 날아온 제비들 
쓸쓸한 처마,폐허의 처마밑에 
자유의 둥지 
사랑의 둥지 
부드러운 혁명의 둥지 
하나둘 트인것이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