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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에 꽃/신금재


며늘아기가 데이케어를 오픈하였다.

아기를 낳은 후 직장에 다시 복귀하기가 어렵다고하더니 유아교육 공부를 마치고 이사간 새집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것이다.

일층을 놀이공간으로 꾸며서 아늑하고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벽에 붙여놓은 몇 장의 스티커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다.

-저 그림들 예쁘네.

-네, 어머니. 한국에서 친구가 보내주었어요.

-역시 한국 것이 뭐가 달라도 다르네.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 주변에 날아다니는 작은 꽃송이들이 분분하다.

저 그림 벽 아래서 잠드는 아이들은 달콤한 꽃 꿈을 꾸겠지.


-어머니, 남은 스티커 한 세트가 있는데 드릴까요?

-좋지, 하며 덥석 받아온 스티커.


집에 와서 열어보니 짙은 보라색 꽃송이들과 꽃대 그리고 나비와 꽃송이들이 들어있다.

그런데 꽃송이들이 마치 작은 파꽃송이들을 뻥튀기하는 기계 속에 돌렸다 나온 것 처럼 생겼다.

세상에 이렇게 생긴 꽃도 있나.

아마도 누군가 상상으로 그린 꽃그림일거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꽃을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하였다.


며칠 후 동네 산책로를 걷다가 나도 모르게 소스라쳐 놀라고말았다.

산책로 옆집 바로 담장 너머에 그 꽃이 보였다.

어머나, 저 꽃이 정말 있네.

그 꽃은 고개를 늘어뜨려서 거의 담장 가까이 피어났는데 마치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여보세요, 나는 상상 속에 피어나는 그런 꽃 아니랍니다. 잘 보세요. 이렇게 살아서 피어나는 진짜 꽃이라구요.


한참을 서서 그 꽃을 바라다보았다.

아, 그렇구나. 진짜 꽃이네. 이름은 무얼까.

이렇게 망치에 얻어맞는 듯한 충격이 가신 지 며칠 뒤 골프 연습장에 갓다가 나오는 길 몇 개의 바위로 장식된 정원에서 또 그 꽃을 보게되었다.

어머나, 애네들이 왜 이럴까.

자기네들 존재감을 확실히 알려주네.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나 진짜 당혹감은 우리집 앞마당에서였다.

얼마 전에 잔잔하게 피어나던 연한 보라색 꽃이 강한 바람에 쓰러져버렸다.

꽃대는 기다린 그림자처럼 잔디밭에 널부러져있는데 차마 집어서 버릴수 가 없었다.

쓰러진 꽃대에서 연하디연한 보랏빛으로 꽃이 피어나고 있어서.


그런데 그 옆에 이상하게 두꺼운 줄기를 가진 부추 이파리라고 생각하였던 꽃대에서 그 꽃--나를 놀라게하는 바로 그 꽃--이 피어나고 있다.

이번에는 놀랄 여유도 없다.


조금 꽃송이가 작기는 하지만 그 꽃임에 틀림이 없다.

꽃송이를 들여다보며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얘야, 너 지금 살았니, 죽었니

육체는 살았다고하면서 이렇게 걸어다녀도 영혼은 죽어있는 삶.


내 집 앞 마당에 살아서 피어나는 저 꽃이 내 눈에 안보이는데 과연 살아있다고 할수 있을까.

만감이 교차한다.

상상 속에 피어나는 꽃은 언젠가 살아서 내 앞에 다가오는 법을 배우는 요즈음.

우리들이 갖고있는 상상 속의 꿈들이 언제가 우리 앞에 다가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