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되는 기쁨/신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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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 텃밭에 파꽃이 보랏빛으로 피어났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꽃 가운데에는 가장자리와 달리 붉은 빛을 띠고있다.

파꽃 가지 하나를 꺽어 코에 대보면 꽃에서도 파향이 퍼져나온다.

기나긴 겨울 땅속에 묻혀있던 파의 꿈이 향기로, 음식의 양념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며칠 후 파꽃이 피어난 어깨 너머로 마아가렛 하얀 꽃이 하늘하늘 피어나

아담하게 앉아있는 파꽃 옆에서 우리 친구하자, 하면서 다정한 이웃집 아낙처럼 그렇게 다가왔다.

뒷마당은 한 폭의 연한 수채화처럼 하루하루 그림을 바꾸며 아침을 열고있다.


보랏빛 파꽃만 있을 때보다 배경이 되어주는 하얀 마아가렛이 피어나자 뒷마당 수채화는 덧칠을 한 

그림처럼 반짝거렸다.

안도현의 시처럼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고 어떤 것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되어주는 기쁨.

나는 누구의 배경이 되어주었는가.

외동딸로 자라 맏며느리로 삼 십년. 늘 불평하며 살아왔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인줄 모르고 옆에 있는 다른 꽃들을 보면서 왜 나는 저렇게 살지 못할까하면서.


아침 이슬에 젖은 파꽃이, 그옆에서 하늘거리며 잔잔한 미소를 띄우는 마아가렛이 오늘 아침 내게 말을

건넨다.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주는 일도 해보니 기쁘다고.



배경이 되는 기쁨 / 안도현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구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다.
별을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처럼
꽃을 돋보이게 하는 무딘 땅처럼
함께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연어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