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땅이라 그런지 ‘세부이’ 는  주인장이 자기 배를 몰고 직접 우리를 안내 했다.
젊은 한쌍과 우리 두 사람을 태우고 자그만 체격의 근엄한 인상의 주인은
카누같이 생긴 역시 양철배에 모터를 달고  (몇 마력짜리라더라,  잊어버렸다)   떠났다.    
이번에는 선착장에서가 아니고 여관뒷쪽 개펄에서 배를 밀면서 출발했다.

수뻬라귀 가는 방향으로 가다가 어디로 가는건지 나로서는 감이 안 잡히는 방향으로 가는데
좌우에 망게자우숲이 자욱하다.

‘망게자우’ 란  ‘망기’ 라는 열대성 관목이 들어찬 무더기숲을 말한다.
이 망기가 있는 땅은 정말 땅이 아니라 개펄이라고 할만한 무른 바닥이다.  
물론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지만 동물이 살 수도 없는 진창땅이다.  
얼기설기 우거진 망기숲 사이에는 수많은 작은 게들만이  천국을 누리고  돌아다닌다.

처음 보면  망게자우숲은 섬처럼 보인다.  
짙푸른 녹색 나무들이 가득 들어찬 모습이 멀리서 보면 섬같이 보인다.
배를 타고 가까이 지나면서 보면  섬이 아님을 곧 알아볼 수 있다.
처음 망게자우를 보았을때  나는 물위에 떠다니는 거대한 수초일까하고 생각했는데  물론 떠 다니지는 않는다.  
물속 땅 개펄에 붙박아 사는 관목들의  집단이기 때문이다.

망게자우가 길게 우거진 소로로 한참을 갔다.  
물살은 조용하고  고요한 물위로 망게자우의 그림자가 동양화처럼 어른거린다.

구비구비 강물같은 소로를 들어갈수록 물이 점점 더 고요해지면서 맑아지고 바닥이 얕아졌다.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주인이 초조해한다.  
물이 빠지면 모터가 돌기 힘들어지고 마침내 배가 바닥에 닿게되면 오도가도 못하게 되고  
꼼짝없이 물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때문이란다.

배의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주인이 살짝 나에게 속삭인다.
“이십분만 일찍 왔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을…….”

그 말이 들렸을까,   앞에 앉았던 젊은이가  제안을 한다.
“우리가 내려서 밀고 가는게 어떨까요?”

주인은 벌써 그 방법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거의 다 왔으니까  아직 물이 있는 동안에 부지런히 밀고 가면 갈 수는 있는 모양이다.  
그는 벌써 물속에 내려와 있었다.  
젊은이도 합세하여 물속으로 들어갔다.
노르스름한 색갈의 강물은 매우 맑아서  자잘한 돌이 깔린 바닥이 다 보였다.
그 광경은 발을 담그고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나도 같이 해도 되겠어요?”
나도 따라 내렸다.  좀 후에 남편도 물속으로 들어왔다.
젊은이의  수줍은 애인 아가씨 하나만 태운 쪽배를 우리는 이리저리 밀고 당겨서
잠시후에  드디어 ‘세부이’ 입간판이 조촐하게 혼자 서있는 울창한 산밑에  다달았다.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고  뭍으로 올라섰다.  
배를 비끌어매고  엉거주춤 선채로  대강 발의 물기를 닦고  
축축한 양말을 신고 역시 축축한 운동화에 발을 꿰넣고  산속으로 들어섰다.

앞장선 주인은 낫같이 생긴 커다란 칼을 손에들고  길을 내면서 간다.
길이 있기는 있지만 날마다 오는 곳이 아니니
그동안에 뻗어나온 나뭇가지며 비바람에 쓰러진 나뭇가지등이 길을 덮어버린 부분들이 있다.  
웃자란 가지들을 칼로 쳐내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 칼은 때로는 뜻하지않게 만날 수 있는 뱀이나 산짐승을 방어하는 호신용이기도 하단다.  

이 땅은 섬은 아니고  육지지만 바다로 오는 편이 훨씬 빠르고 쉽다고 한다.    
대낮인데도 어둑한 원시림속을  우리 다섯사람은  조용히 걸어갔다.

주인이 앞에 있으니  마음놓고 따라가지 우리끼리는 도저히 올 수 없는 곳이다.  
주인을 앞장세우고 가면서도 섬뜩한 무섬증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