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  인하대 교수,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회장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이끄는 참여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실천을 하나씩 차곡차곡 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2007년까지 이공계 공무원의 발탁 및 승진에 대한 목표와 여성채용 목표제 등의 계획을 세우고 이의 실현을 위한 행보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정부는 5급 이상의 고위직 전문직 공무원의 기용을 발표하였는데, 최근 53명의 5급 기술직공무원(이공계 전공자)을 특별채용 하겠다는 공고를 하였다. 이는 정부가 10대 국정과제 중에서 ‘과학기술입국‘을 실현하는 실제행동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이러한 정책방향의 선회는 우리 정부의 어느 부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행정직 공무원, 특히 고위직으로 갈수록 행정직과 전문 기술직의 불균형적 밸런스를 바로 잡음으로써 공무원 세계의 경쟁력을 유도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정부는 김대중 정부에 이어 우수 여성인력, 그 중에서도 이공계 우수여성인력의 육성과 활용에 대한 관심과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국민정부 시절인 지난 2002년 12월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으며, 참여정부 들어 2003년 7월 그 시행령을 발표하였다. 그 실천방향으로 국립대학이나 국책연구소를 시발점으로 여성의 채용목표제를 위한 행정적 뒷받침을 하고 있는데, 이들의 실현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올해 국립대학의 여교수채용목표제의 실현으로 서울대는 이미 32명의 여교수를 영입하였으며, 몇 개 안되는 처장이나 부처장급에 여교수 3명을 임명하였는데, 연구처장, 학생처장, 그리고 교무부처장에 여교수를 발탁하는 용기를 보였다. 국책연구원이 많은 대덕연구단지에서도 여성인력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가지 실천방향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 260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인천시의 직제는 시장과 2부시장, 10개의 실 국에 약 763명의 일반직 공무원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통계가 나와 있다. 이 중 행정직이 386명(50.6%), 자연계 등의 전문 또는 특별직이 293명(38.4%), 그리고 기타가 84명(11.0%)이다. 이들 중 고위직 통계를 보면 5급 이상의 행정직은 86명으로 전체 140명의 61.4%를 차지하는 반면, 4급 이상의 행정직은 34명으로 전체 48명 중에서 70.8%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3급 공무원에 토목직이 단 두명이라는 사실은 상위직으로 갈수록 과학기술계통의 이공계 전문직의 승진이 적체되거나 행정직에 비해 밀리고 있다는 증거이다.  

인천시의 10개 실 국 부서를 살펴보면, 기획관리실, 자치행정국, 여성보건복지국, 경제통상국, 건설교통국, 문화관광체육국, 도시계획국, 환경녹지국, 항만공항물류국, 소방본부와 그 밖의 직속기관으로 공무원연수원, 경제자유구역청, 인천대와 인천전문대학 등이 있다. 이러한 부서의 책임자를 보면 거의 행정직이 차지하고 있으며, 전문직이 요구되는 실 국 과 또한 행정직이 대부분의 영역을 맡고 있다. 가령 건설교통국, 도시계획국, 환경녹지국장 정도는 전문직이 행정을 보고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더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되나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인천시의 직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자정부라고 하는데 4급이상 고위 공무원에 전산이나 통신직이 한명도 없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이의 평가는 인천시의 홈페이지를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서울시나 경기도 홈페이지와 다른 면모가 바로 이러한 전문직 기용과 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전문직이 요구되는 환경녹지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분야는 4급 1명, 5급 8명이 상위급으로 가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다. 몇 자리 안 되는 실 국장은 고사하고 그 아래의 과장급에 내려가도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부서의 자리를 행정직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인천시 스스로 타 광역지자체에 비해 경쟁력을 저하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또한 인천시의 10개 실 국장 중 여성은 여성보건복지국장 뿐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학은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남자의 영역이라고 하던 자연과학대학(이과대학)의 여학생 졸업률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공과대학도 여학생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사회의 변화는 너무나 느리고 이를 감지 못하여 인재의 발굴이나 이들의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변화의 시대이다. 우리 모두가 변하지 않으면 지루한 터널을 지나듯이 경제 식민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중국을 지배하는 고위급 9명이 모두 이공계 출신이라는 사실은 알려진지 오래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특히 우수한 인재가 한다. 인천시가 꾀하여야 할 변화는 인재의 활용 각도이다. 즉 고위직 공무원에 전문직의 증대와 여성인력의 활용이다. 특히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부서는 그와 관련된 지식이 풍부하고 인력 인프라를 구축한 인사를 활용해야 한다. 또한 여성인력의 발굴과 육성, 그리하여 이들을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경쟁대열에 나갈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재는 자기 스스로 될 수도 있지만, 사회나 주변이 육성하는 면이 더 성공적이다. 인천시가 이러한 잔잔한 변화로 약 3조8천257억의 예산으로 260만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자체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2004년 9월 9일자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