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눅한 깊은 숲속에 꽃은 별로 없었다.  
이따금  야생난의 붉은 꽃이 좀 보였다.  
꽃이라니까 꽃인가보다했지  내 눈에는 붉은 색의 잎파리같았다.  
꽃이란 좀 야들야들, 한들한들한 존재가 아닌가.  
그러나 이 꽃들은  두꺼웠고  기름졌고 절대 흔들리지도 않았다.  

타잔이 매달림직한 넝쿨들이 길게 길게 땅위까지 늘어져 있다.
산돼지 소리가 들린다고 주인이 발걸음을 멈추었을때는 소름이 끼쳤다.
“정말 산돼지떼를 만나 본 적이 있으세요?”  
물어봤더니 숲속으로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은 있다고 한다.  
그들이 무리져서 떼로 몰려서 이동할 때는 거의 우뢰와같은  소리가 난다고 한다.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고만보고 뒤돌아 가버리고싶은 두려움을 느끼면서 천천히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이 깊은 산에서 우리가 목표하고 가는 곳은 역시 폭포다.

이 산에 네개의 폭포가 있는데 첫번째 폭포앞에 주인은 집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예?  여기다 집을요?   어떻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무슨  수로 자재를 운반하며  과연 누가 이 밀림속에 들어가 집짓는 일을 한단 말인가.  
동력은 어떻게 마련하며 식사는 어찌 해결해?

가서 보니까 집은 집이지만 우리가 보통 인식하고 있는 그런 형태의 가옥이 아니었다.  
지붕은 우리네 초가집처럼  풀잎이었다.  
그냥 네군데 기둥만 세워 지붕을 받쳐놓은 커다란 간이막사같았다.  
벽도 없어서 바로 앞에 있는 폭포가 앉아서도 다 보였다.  
나무로 만든 커다란 식탁겸 작업대가 한 가운데 있는데  대패며 톱같은 도구들이 놓여있었다.  
사다리를 올라가면 다락방같은 마루방이 있는데  거기를 침실로 사용하게 될 거라고 말한다.  
일꾼들의 옷인지 지저분한 옷가지가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 집을 짓는데 쓰이는 자재는 모두 이 산에서 조달한 것들이라고 한다.
나무 자르는 톱은 밧데리를 사용하며  전기는 물론 없으니까  손전등과 횃불을 이용한다고 한다.  
기둥에 거무스레 그을은  자국앞에는 기름으로 불을  밝히는 원시적 헝겊심지 등잔이 걸려있었다.

다 찌그러진 검은 냄비쪼가리에다 물을 끓여서 주인은 우리에게 커피를 타 주었다.  
물은 폭포물이고  연료는 나뭇가지였다.
일꾼들은 없었다.  
여기 이 공사장은  매우 부정기적이란다.  
날씨와  운송수단과  일꾼들의 개인사정에  따라 한달에 한두번 어느때는 몇달만에 한두번 와서 작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이 주인은 왜 여기에다 집을 짓고 있을까?
혹 나처럼 산이 좋아 물이 좋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그렇더라도 여기는 너무나 외진 곳이라  나래도 선뜻 숙박할 맘이 들지 않는데?

얼마 후 생리적인 볼일이 생긴 나는 남몰래 두리번거리기도  쑥스러워서 아예,
“여기 여자 화장실이 어디예요?”  하고 큰소리로 물었다.
모두들 하하 웃는다.

주인은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
“요 아래로 내려가서 우측입니다.”
내가 그 쪽으로 내려가는데 등 뒤에서 다시,
“당분간은 거기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깊은 산속이라 쭈그리고 앉아서 올려다 본 하늘은 넓어보이지 않고 오히려 둥글게 느껴졌다.  
태고적같은 이 청정한 자연속에서 서늘한 경외감을 느끼면서  나는
인류가 태고적부터 해오던  자연스러운 볼일을 유유히 보았다.

기둥도 지붕도 문도 벽도 없는 투명한 최상급 여자화장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