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50 명 단체가 부산하다.
오늘 짐 싸들고 떠나서 어디 한군데 보고 꾸리찌바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 여관에는 입구에 팔각정모양의 작은 홀이 있는데 몇개의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브라질의 숙박업소들은 대부분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숙박비에 아침식사값이 포함되어있다.
이 집에는 따로 식당이 없고 이 홀이 바로 식당이요, 로비요, TV 실이요, 카운터였다.

아침을 먹으러 홀로 내려오니 학생들 중에 한 두명이 우리를 보고 웃는다.
“아저씨가 가수이세요?”
“응?  누구?  우리 아저씨?”
“네에~~. 어젯 밤에 노래 부르지 않으셨어요?”
우리 부부는 마주보고 웃었다.

부르긴 불렀지.
어젯밤에는 저녁을 사다가 방에서 먹었다. 시골인심이 싸가는 음식도 얼마나 푸짐하게 많이 주는지 다 먹지 못했다.
밥을 먹으면서 술을 몇 잔 마신 남편이 기분이 좋은지 노래를 한마디 하겠다고 했다.
“밖에 아이들이 많은데 다 들릴걸요.”
그러나 그 놈들도 어찌나 와글와글 떠드는지 듣지 못할거라고 남편은 말했다.
지금보니 그래도 들었나부다.
혼자서 포즈를 써 가면서 노래를 부르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썰물처럼 아이들이 빠져나가고 우리는 오늘의 예정지 ‘세부이’ 에 가기위한 준비를 했다.
준비라야 별 거 없지만 잠바와 운동화에 일회용 비옷, 그리고 간단한 샌드위치를 쌌다.
같이 가기로 한 젊은이 한쌍이 빨리 내려오지 않으니까 주인이 조바심을 낸다.
물때를 맞춰야 ‘세부이’ 에 들어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물이 빠져버리면 배가 못 들어간다고 한다.

‘세부이’ 는 대서양 원시림, 인적미답의 미개지라는데 이 여관 주인의 개인소유지라는 것이다.
배를 타고 간다니 그럼 섬인가?
‘세부이’ 사진을 보니 밀림같은 울창한 숲과 폭포다. 이런 자연림에도 주인이 있는건가?

젊은이가 마침내 나타났다. 주인과는 잘 아는 사이인지 친숙한 인사를 한다.
“자는데 괜찮았나?” 주인의 말이다.
“그럼요.” 대수롭지않게 대답한다.

젊은이는 며칠전부터 여기에 묵었는데 어젯밤에는 단체에게 제 방을 내주고 뒷마당에다 텐트를 치고 잤다고 한다.
방이 모자라기도 했던 모양이다.
꾸리찌바에 산다는 이 젊은이는 틈만 나면 과라께싸바에 오는데
올 적마다 여기서 묵어서 주인네와 아예 한 식구같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는 이곳이 좋아서 머지않아 아주 이곳에 와서 살 예정으로 근처에 땅도 사 두었다고 한다.

옆에 앉아있는 애인은 양봉을 하고 자기는 프리랜서 사진작가의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한다.
“나의 직업이 꼭 큰 도시에서만 살아야 할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출장을 가야되고, 인터넷으로 해야 되고 그러니까요.”

큰 도시 꾸리찌바에서 태어난 이 젊은이는 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 와서 살겠다고 한다.
문명을 버리고 문명되지 않은 곳으로 와서 거주할 생각인 이 사람의 직업은 문명의 최첨단쯤 되는 작품사진을 파는 일이다.

나는 좀 얼떨떨해졌다.
수많은 여러가지 도시적인 문명속에서 저에게 필요한 진수만 뽑아들고 자연속으로 들어가 살겠다는 이 사람은
문명인인가 비문명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