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라께싸바 ‘
처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우스꽝스러웠다.
무슨 청소도구 이름같기도 하고 ‘아싸라비아’ 라는 단어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마 받침 없이 다섯글자니까 그랬나 어딘가 비슷한 어감을 주었다.

“거기는 아무 것도 없는데야. 그냥 적막과 평화만 있는 곳이야. “
그래서 저는 거기가 좋아서 여러번 갔노라고 브라질 친구 마리데치는 말했다.

적막과 평화라………..
그 말에 당장 나의 호기심은 배가 되었다.
얼마나 듣기 좋은 소리인가. ‘적막하고 평화스럽다.’

그 곳은 다행히 꾸리찌바에서 겨우 180 km 떨어진 곳이다.
꾸리찌바에 아들이 살고 있는 나의 경우에는 한번 가 보기가 별로 어렵지 않은 위치이다.

거기가 얼마나 벽지인지 브라질 사람들조차 그 지명을 생소해 하였다.
“글쎄, 모르겠는데……. 어디에 있다는데 ? “
“꾸리찌바에서 별로 안 멀대. “
꾸리찌바를 모르는 브라질 사람은 없으니까 .

“으응, 거기 뭐가 있대 ? “
“ 아무 것도 없대. “
“그런데 왜 거길 갈려구 ? “
“ 아무 것도 없으니까….”  내가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 가는 내 마음.

꾸리찌바로부터 180 km 면 넉넉잡고도 세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인데 매표소에서는 여섯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것도 이해가 안 되는 사정이다.
아무리 중간 중간 서는 완행버스라해도 그렇게나 걸릴리가 ?

“100 km 까지는 두 시간도 안 걸리지요. 그 나머지 구간이 아스팔트가 되어있지 않아서 그래요. “
“그래도 그렇지……..”
“ 가보면 알겠지만 도로가 아주 나빠요. 산길이라 구불 구불 험해서 속도를 낼 수도 없고 패인 곳도 많고
비가 오면 진흙길이 미끄러워서 한 시간에 20 km 밖에 못 가는 수도 있어요”.
더욱 나의 호기심을 북돋는다.

아무래도 당일에 갔다 올 수는 없다 싶어서 하룻밤 자고 온다고 아들에게 일러놓고
어느 날 아침 우리 부부는 과라께싸바를 향해 떠났다.

아침 9 시에 떠난 우리는 정말 그 작은 도시, 아무 것도 볼 것 없는 시골 마을에 오후 3 시에나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는 길도 나쁘지만 도중에 20 분씩 세 번이나 장기정차를 해서 더 늦어지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꾸물거리던 날씨는 간간이 비까지 뿌렸다.
버스가 지나가는 구부렁 산길 주변의 경치는 김이 서린듯이 뿌였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버스여행의 별미는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것과
이따금 꺼떡 꺼떡 졸기도 하는 재미가 아닐까.
그러나 그날 우리의 버스 여행은 풍경도 못 보고 별로 졸지도 못했다.

버스 두대밖에 설 수 없는 작은 종착역에 도착했을 때는 빗발이 더욱 굵어져서
우리가 이 낯선 지방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건너편에 보이는 조잡한 잡동사니 잡화상으로 뛰어 들어가 10 헤알짜리 우산을 하나 산 것이었다.

이 여행을 별로 썩 내켜하지않는 남편을 감언이설로 설득하여 같이 온 나는 그의 눈치가 보였다.

“ 이런 데를 마리데치는 뭐가 좋다고 ? 그래도 어쨌든 궁금증은 풀어야 하니까 언제라도 한번은 와 봐야하니까. “
그래도 당위성이 있는 여행임을 거듭 언급하고,

“ 오늘은 어차피 돌아가지 못하니까 어디 하룻 밤 묵을 데를 찾아 봅시다. “
너무도 당연한 절차를 먼저 이렇게 기선을 잡아놓고,

내일 아침 꾸리찌바로 되돌아갈 버스표를 지금 당장에 사자고 우기는 남편을
“ 어차피 승객도 별로 없던데 내일 아침에 봅시다. “  하고 일단 무마시켰다.

가서 보고만 온다고 하긴 했지만 혹시 더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남몰래 품고 온 나는 은근히 여운을 두었다.

결론은 ……………..
1 박 2 일 예정으로 갔던 과라께싸바에서 우리는 4 박 5 일을 하고 돌아왔다.

브라질의 유명한 여러 곳을 다 제쳐두고 이 깡촌에 갔던 이야기를 나는 유난히  하고 싶다.
이 아무 것도 없는 깡촌을 이야기 하는데 나는 아마 4 박 5 일은 걸릴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