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의 자운영-6회 까페에서 퍼 옴)


볏모를 못자리에 뿌려 놓고 어느 정도 자라면 논에다 옮겨 심는 것을 모내기라고 한다.
미처 옮겨 심지 않은 못자리를 보면 모가 누렇게 떠 있다.
벼는 옮겨 심어야만 실한 벼이삭을 맺을 수가 있다.
벼 뿐 아니라 들깨 따위의 농작물도 씨가 튼 자리에서는 열매를 맺어도 빈약해 먹을 수가 없다.
이렇듯 반드시 모를 내야하는 식물들이 꽤 많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유행가 가사 중에 보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찾아 아니면 또 다른 이유로 고향을 뜬다.
사람이 태어난 곳을 떠나는 것만큼 처절한 이야기는 없다.
단군신화도 주몽 신화도 가야의 건국 신화도
결국 외지 사람이 새로운 땅에 흘러 들어와 정착해 뿌리내리는 과정의 이야기다.
정주용 할아버지가 소 판 돈을 가지고 고향을 떠서
새로운 땅에서 정착할 때의 고생이 어떠했을까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태어나 자란 곳을 한 번 옮겨 주는 것- 식물이고 사람이고 그것만큼 큰 시련은 없다.
뿌리 내리고 자라온 그곳을 떠나 낯선 땅에 다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그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살려고 죽을 고생을 하다보면 다시 뿌리가 내린다.
그러다 보면 더 단단하고 실한 열매를 맺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들판은 지금 모내기가 얼추 끝나간다.
막 모내놓은 논의 모를 보면 비리비리하고 어떤 모는 들떠 있어 곧 죽을 것 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그러한 역경을 지나 뿌리를 내리면 검푸르게 자라 실한 이삭을 맺을 것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된다.
태어난 곳에서 아무 시름없이 자라 그곳에서 살다가 죽는 것만큼 축복은 없다.
그러나 새로운 곳은 더 힘차고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