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까뮤의 간부(姦婦)를 읽고




일단 제목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간부>는 까뮤의 몇 편 밖에 없는 단편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을 발표할 때 출판사에서조차 제목이 너무 대담하지 않냐고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에 까뮤는 '걱정 마십시오. 내 이름이 붙은 작품이니까요,
이 제목으로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제목이 가장 큰 몫을 한다.
끝까지 읽고 났을 때 이 내용의 작품에 간부란 제목을 붙인 까뮤는
역시 세계적인 대 문호구나 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작품의 내용을 한마디로 축약해 말하자면 결혼 25년 된 여자가
남편과 알제리 여행을 하며 자연과 교감한다는 내용이다.
젊은 날에는 여름. 해변. 소풍. 하늘...
그런 것들을 좋아했던 여자가 진정한 사랑을 느낄  새도 없이
그날그날 습관에 이끌려 나이를 먹어간다.
어느 날 목석 같은 남편과 내키지 않는 여행을 하던 도중 오아시스에 있는 한 호텔에 머문다.
남편은 옆에서 잠들고 여자는 답답한 마음을 달랠까 하여
호텔을 빠져 나와 낮에 보았던 망루에 올라간다.
거기서 여자는 새삼스럽게 자연을 발견하고 자연과 교감한다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다.

까뮤는 낯선 고장 사막의 한 가운데서 자연과 황홀한 교감을 하는 여자에게
간부(姦婦)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연 까뮤가 아니면 생각해 내지 못하는 발상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까뮤는 어떻게 결혼 25년 된 여자의 심리를
이토록 심오하게 그렸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여자이기 이전에, 남자이기 이전에,
권태와 관습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든 인간들의 모습일 것이다.

결혼한지 25년이 되었으면 여자 건 남자 건 50대일 것이다.
대부분 머리 염색을 하고 노안으로 돋보기를 쓰고 기억력은 점점 없어지고
군인들을 보면 내 자식 같아 안스러워지는 나이다.
사오정(45세 정년)시대는 어찌어찌 지났는데
바야흐로 눈앞에는 오륙도(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마지막이라는 위기의식에서
여태껏 살아온 방식이 아닌 새로운 일탈을 꿈꾼다.

어떤 이들은 여행이나 낚시 같은 건전한 취미 생활로 일탈하려 들지만
어떤 이는 도박이나 새로운 이성에 빠지기도 한다.
위기의 여자와 남자들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결혼 25년이 되고 올해로 오십이다.
오십이 되면 이 책 속의 여자처럼 자연을 새로이 발견하고
그 자연을 벗삼아 여행을 하며 지내겠다고 나의 오십을 열심히 설계했다.
까뮤의 방식대로 말하면 자연과 간통하며 살고 싶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까뮤의 '간부'는 내게 뿐 아니라 오십을 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