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2004년 5월 3일자에 기고된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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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독극물사고 예방


어린이날에 즈음하여 영유아들의 대단한 잠재적 안전사고인 영유아 독극물 중독에 대한 생각을 심각하게 해보았으면 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의하면 서울·수도권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정용 화학제품 49종중 5개 제품만 어린이가 쉽게 열 수 없는 보호 포장·용기에 담겨 있었다는 조사결과다. 또한 소보원의 5대도시 대상 연구에서 13.2%의 영유아를 둔 가정에서 중독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중 의약품은 물론이고 각종세제, 가구광택제, 배수관용품, 구강청결제등의 각종 화학제품은 5세 미만의 영유아가 일정량 이상을 먹거나 마시면 심각한 건강의 상해는 물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한편, 건강보험 자료에 의하면 의약용, 비의약용 물질에 의한 중독의 병,의원을 찾는 경우가 2001년 만 5세 미만의 영아의 경우 8,559건, 15세 미만의 어린이의 경우는 13,850, 2002년에는 각각 8,469, 14,183건 이었다. 5세미만 영아의 경우는 보호포장용기를 사용하였다면 독극물 중독사고는 현격히 줄었을 것이다.  

 국제적인 이부분의 노력을 알아본다. OECD의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어린이를 위한 안전대책과 관련한 위원회 권고’사항에 어린이가 복용할 경우 위험한 의약품은 성인용과는 별도의 (어린이용 보호포장)용기에 담을 것을 권고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는 1970년 안전 마개법인 중독방지포장법(The Poison Prevention Packaging Act)을 제정한 이후로 시행 첫해 영유아의 독극물 중독 사고 자체는 70 %를 감소시켰고 독극물 중독에 의한 사망률을 30% 줄일 수 있었다. 15년 후에는 중독에 의한 사망이 90 %가 감소 되었다. 이 법은 30여종의 의약품, 가정용 화학제품에 대하여 안전마개를 의무적으로 상용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국민 일상생활을 위한 법 한가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의 안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좋은 예이다. 또한 미국에는 전국적으로 65개의 독극물 중독 관리센터가 있어서 일반 국민에 대한 교육은 물론 신고, 치료까지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1977년 ‘소비자 제품안전위원회(CPSC)’를 설립하여 안전사고의 현격한 감소를 가져왔다. 소비자의 경제적 이익보호차원이 아닌 안전업무를 전담키 위한 이 기구 CPSC의 설립은 미국의 소비자보호 활동에 있어 획기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는 형편이다. 비단 이러한 법과 제도는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일본도 영국도, 프랑스도 모두 법과 제도로 무장되어 실질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동안 한국소비자 보호원, 식품의약품 안전청등에서도 노력을 경주하여 왔으나 아직 법제정이나 관리센터등의 제도는 없는 형편이다. 대한의사협회와 환경연합이 국민 모두의 환경과 생명을 생각하여 안전과 건강을 고민하며 노력하고 있는 21세기 생명환경 위원회에서는 2003년부터 ‘안전마개법’의 제정과 전국적인 중독관리센터의 설립을 위하여 관련 의학회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함께 각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하고 있다. 2004년에는 이 노력이 실제로 빛을 발하게 되어 국민의 건강이 자연스럽게 제도적으로 보호되는 장치를 이룩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실질적인 면으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독극물 사고 예방으로는 우선 안전마개가 장착된 제품들을 구입하고, 독극물약과 제품은 자물쇠를 채우고(즉, 안전한 곳, 어린이가 볼 수 없는 장소에 보관하고),  가정에서는 독극물 확인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놓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안전마개법’이 제정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바이며, 제도적으로는 중앙부처의 일사분란한 관리하에 각 자방자치단체 주관으로 공공의료 및 국민 복지의 차원에서 ‘지역중독관리센터’가 세워지기를 제언하는 바이다. 이 분야에 관계하는 전문가들은 소리없이 국민의 건강을 위하여 이시간에도 열심히 고민하고 있으며 그 전문적인 지식과 노력을 국민 모두를 위하여 언제든지 쓰여질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