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리 여행중에 연주회를 보았다.

우연히 낮에 마들렌광장을 지나다 모차르트의 레퀴엠 연주회포스타를  보고 무조건 표를 마련한 것이다.


La Madeleine 1.jpg


마들렌 광장앞.


1673_gr.jpg



1712.jpg

성당앞 계단에 장식된 화단 ...





매표원이 말하기를 저녁 9시에 시작해서 10시반에 끝난다고 한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오후내내 지내었다.



저녁이되자 

원래 계획되었던 저녁 다른 일정들을  모두 다음으로 보류하고 성당으로 향한다.

유월의 파리는 10시가 넘어도 아직 어둡지가 않으니 

도착한  연주시작 30분전인  8시반은 훤한 편이다.


성당안에 들어서니 약 1/3 좌석이 차 있었다.


2648.jpg


자리를 잡고 앉아 성당내부를 두리번^^ 거린다.

2625.jpg

(성당 이름이 되는  '마리아 막달리나'의 승천상 성당 전면 한가운데에..)


2626.jpg

(그리스의 코린도양식)


이 성당의 올갠을 St Saens,Dubois,Faure,,,연주를 하였다.

성당 전체의 음향은 손꼽힌다고 한다.

2627.jpg



2645.jpg



2647.jpg



2643.jpg


프로그람을 준비하여 펼쳐 본다.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전에 슈만의 '아베 마리아 '

드보르작의 '키리에'

헨델의 메시아중에 나오는 '할렐루야'가 연주목록이다.

이런 것을 보너스라고 하겠지..레퀴엠만 기대하고 왔었는데.


네명의 솔리스트와 파리의 모차르트 합창단을 

Jean-Louis PETT가 지휘한다고 적혀있다.

1958.jpg


1959.jpg


귀에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여행중에 연주를 듣는 것 자체에 기쁨을 가지고 연주시작을 기다린다.


이상기온으로 외부는 하루종일 30도를 넘는 고온이었으나 

성당 안은 서늘할 정도로 시원하다.어느새 성당안은  청중으로 꽉찼다


드디어 솔리스트가 등장하고 연주가 시작된다.


거대한 성당에 울리는 슈만의 아베마리아 소프라노의 맑은 고음은 골고루 퍼져나간다.


2629.jpg


계속되는 두번째 드볼작 연주곡에 점점 심취해간다.


세번째곡부터 합창단이 등장한다.

의외로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성당전체에 울려 섞이는 소리에 잠깐 멈칫해진다.

그동안 정식연주회장이나 특질의 녹음매개체에 익숙해진 내귀에 낯선 것이다.


할렐루야를 듣는 내내 눈을 감고 나의 귀를 세척한다.


드디어 레퀴엠이 시작된다.

모차르트가 제일 마지막으로 쓴 곡이다.

미처 완성되지 않은 것을 제자가 그의 작곡법을 유추하여 완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모짜르트의 원곡을 주장하는 음악가들은 모짜르트가 적어 논 것 까지 연주를 한다.



나이 들은 파리의 합창단원들이 곡을 이어가는 동안 

점점 먼저 죽은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그들을 추념하기 시작한다.

가슴이 벅차오며 음률에 따라 진정으로 모차르트가 이 진혼곡을 작곡할 때의 심경으로 돌아가 본다.


모차르트는 친구이자 '돈 조반니', '피가로의 결혼' 등의 시나리오를 쓴 '로렌조 다 폰테'에게 이탈리아어로 이렇게 편지했었다.


저는 당신의 제안에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혼란스럽습니다. 대화도 겨우 해요. 낯선 그 남자의 모습을 눈앞에서 떨쳐낼 수 없습니다. 언제나 그 모습이 보이거든요. 그 자는 호소하고, 재촉하고, 다급하게 제 작품을 요구하는 겁니다. 저도 작곡을 계속하고는 있습니다. 쉬고 있을 때보다 작곡하고 있을 때 더 피곤하지 않아요. 그 외에도 제게는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마지막 때가 가까운 것처럼 느껴져요. 저는 저의 재능을 충분히 펼치기 전에 마지막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거죠. 삶은 행복의 전조 하에 시작을 고했던 겁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사람은 아무도 스스로 평생을 결정하지 못합니다. 섭리가 바라는 대로 가는 걸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기까지 쓰죠. 이것은 제 죽음의 노래입니다. 미완성으로 남겨 둘 수 없어요.

 
하지만 결국 완성을 보지 못하고, 모차르트는 1791년 12월 5일 오전 0시 50분 경에 숨을 거두었다.


대표적인 미완성곡으로, 모차르트가 직접 작곡한 부분은 라크리모사의 첫 여덟 마디까지.


'라크리모사'는 

곡이름 '눈물의 날' 그대로 

나로 하여금 눈물을 적시게 했다.


오! 정화되어지는 감동!



음악에  따라 자꾸 상념에 잠긴다.
지난 1월에 고인이 된 지휘자 아바도의 연주모습이 오버랩된다.

( 윗 동영상 :Claudio Abbado - Mozart Requiem - Lacrimosa)


말년에 이르러서는 종종 연주후에 침묵의 순간을 가졌던 노년의 마에스트로 아바도!
젊은 30대 중간 나이에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며 작곡하던 모짜르트!
또한 노년으로 향하는 현재의 나!

진혼곡을 들으며 닥아올 자신의죽음을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 무대에서 연주하는 노년층들도 그렇지 않을까?..
아니면 나이와 죽음을  초월하여 초연해지는 것일까?
나의 상념은 계속 이어진다.

드디어 모든 연주가 마친다.
1737.jpg

청중들의 열광적 박수소리에 나의 상념도 멈춘다.
밀려나가는 군중속에 나도 섞여 나오다 한곁으로 비켜선다.
1742.jpg

1744.jpg

1746.jpg

촛대가 놓인 곳을 찾아가 촛불을 밝히며 
먼저간 고인들을 위해 기도한다.

2014년 6월 7일 
파리 마들렌 성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