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개의 폭포를 나는 다 올라가 보았다.
남편은 마지막 네번째의 폭포는 기권하고 가지 않았다.

세번째 폭포에서 주인장은  (그 사람의 이름을 잊어버려서 내내 주인장으로 끝나고 만다)   남편을 돌아보면서,
“선생님은 여기서 기다리시는게 나을거요.”    하였다.

남편은 그러지않아도 엄두가 안 나는데  하던 참이었나부다.    
“아!   잘 됐어요. “    하고 주저앉는데  주인이  들고다니던 칼을 남편에게 주면서,
“이거 갖고 계세요.   혹시 유사시에………”     하고 말한다.

그 때  남편의 얼굴을 스쳐간 그 곤혹스러운 표정이라니……..
어린애나 어른이나 본능적인 무서움증은 똑같다는 것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이 주인장은 확실히 유머감각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하하 큰소리로 웃었다.   주인장도 슬며시 웃음을 흘린다.
그제서야  ‘속았구나’  짐작한  남편은 멋쩍은 미소를 짓고  우리를 배웅했다.
그 폭포에서 혼자 사십분동안 남편은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사실 무섭기도 했을 것이다.

아무도 없는 절대 적막속에서  
이상하게 웅웅거리는 숲의 소리와
공장의 기계소리같은 요란한 폭포의 낙하소리속에 포위된채 완전히 홀로가 되어

앉을 자리도 편치않고  누울자리야 더욱 없는 불편한 물가에서  
혹시라도  나타날지 모를  그  어떤 존재에 대한 두려움속에서 혼자 있어보기.

정말 등뒤에 무엇이 다가와도 폭포소리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겠다.

우리가 돌아왔을 때 남편은 대강 깎은 지팡이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자네 주려고 만들었지.”   하면서……
들고있던 칼로 주위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다듬으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주인이 시계를 들여다보면서,
“이제 슬슬 내려가면 시간이 딱 되겠읍니다.”   했다.
물때를 말함이다.

돌아오는 길은 정말 수로까지 넉넉히 물이 들어와 있어서
순조롭게 미로같은 여러 구비의 망게자우 수로를 다 빠져나와 너른 바다로 들어섰다.

흐리던 하늘에서 가느다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배의 속력으로 비는 우리를 더 많이 적시었고  젖은 몸은 추워지기까지 했다.

배안에 있던 비닐포대기를 둘러쓰고 말없이들 서로 붙어앉아서 돌아왔다.

자연은 장엄하다.
흐린 바다와 흐린 하늘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스쳐지나가는  망게자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두고 온 폭포,  
비에 젖고 있을 벽 없는 그 집,  
척척 늘어진 이름모를 식물들이 가득 찬  삼림,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안 어딘지 서식하고 있을 수많은 생명체들이 생각났다.  

주인이 만났었다는 산돼지들은 지금 이 비를 어떻게 피하고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멀리 여관집동네의 모습이 뿌연 빗발속에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