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아


어젯밤 새벽 한 두신가 잠들려는데
어디선가 끼르릉 끼르릉~~~
새 새끼일까?
진주가 새끼 난 걸까?
가녀린 신음소리 같은게 계속 나는거야.

무슨 소릴까?
귀 기울이다
창문을 열고 들으니
소리가 나다가 말다가....
깜깜해 살펴보기는 어렵고
내일 아침 살펴보자! 했지.
누웠는데 잠이 안 와
다시 일어나 컴 두드리다
창밖이 환해져와
다시 누우려는데
또 끼르릉 끼르릉~~~

혹시나 싶어서 불러봤지
'진.주 !!"
그러니까 홱 ! 풀섶에서 날렵하니 뛰쳐나와.
요즘 그가 잘 가는 풀섶 쪽에서  

음, 별 일 없네
우선 됐어,
잠깐이라도 눈 붙였다가 살펴봐야지

누웠는데 안 되겠어.
새벽 6시, 다시 일어나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두 놈 다 현관으로 뛰어오더라, 어김없이
그런데 가만 보니
어쩜, 배가 홀쭉해, 젖도 늘어지고....

아, 진주야
내가 어쩜 이리도 무심할까
네가 사람보다 낫구나....

'애썼다,
진주야 애썼다'
등을 쓸어주는데 울음이 나오더라, 너무 딱해서...

.
.
.

차마 드려다보지 못하고
우선 밥부터 주고
개 집을 가까이 옮겨줄 요량으로
마당 끝쪽에 자리해놓은 집 옮겨보려다 너무 무거워 포기
대신 까미를 그곳에 묶었어
지금 난리다, 풀어내라구

그리고 살짝 드려다 보는데
고물고물하니 네 마리쯤?
우선 쇠고기에 미역국부터 끓이고 있어.
.
.
.
생명의 신비가 대단하구나.
도합 여섯마리나 낳았어
황구 4, 백구 2
아직 눈들도 못 뜨고 가물가물 하는데
그새 한 마리 기어나와 언덕 밑으로 굴러떨어져 풀에 가려진 채 끄르렁 거리는 것 건져주고
야외작업장 그늘 밑으로 자리를 만들었는데 차마 못 옮기고 들어왔어.
풀섶 속에 진주가 자리를 얼마나 깔끔하게 만들었는지,
새끼들도 모두 다 얼마나 깔끔한지..
내가 만든 자리 하고 진주가 만든 자리하고
어느게 나을지 판단이 안 선다,
진주가 누워서 여섯 마리 다 카바하고 있다, 지금

전화 하려다 잠 깨울까 싶어
우선 메일로 보내.
사진 한 장 찍긴 했는데
잘 보이진 않아
진주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릉 하는데 미안해 더 찍지도 못하겠고...

(아빠와 집 떠나있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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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가 새끼를 낳으면 어찌 해야하나... 처음 경험이니 요즘 머리에 이고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의외로 사람의 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만 겸손을 배울 뿐이지요.

정확히 따지면 언제 낳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두세번 밥 줄 때마다 꼭꼭 뛰어와 출석 했으니까요.

먹을때 빼곤 잠시라도 자리를 뜨는 법 없이
새끼들을 먹이고 거두고 하는 진주는 아직 두 살이 안 되었고
역시 처음 경험이지만 의연합니다.
위로해 줄 남자친구 변변히 옆에 없이
잘 겪어내는 그를 보며 전전긍긍하던 제가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