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2년을 못 채우고 우리 집을 떠나 버린 그녀는 이름이 아바니따 였다.

그녀의 고향은 상 빠울로에서 북쪽으로  2700 km 나 떨어진 가난한 곳  뻬르남부꼬  ( PERNAMBUCO )  주이다.  
메마른 지방으로  먼지가 풀풀 나는 곳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똑똑한 사람이라도 그런 곳에서 태어나면  무슨 수로 제 값어치를 발휘할 수 있으랴.

아바니따만해도 그 곳 사람으로서는 대단히 용감한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이 바람이 나서 저를 버렸다고는 하나  난지 서너달밖에 안 된 어린 것을  놓아두고  상빠울로까지 취업을 하러 온 것이다.  
오죽한 처지면 그리하겠는가마는  북쪽에 가 보면 다들 오죽한 처지인데  그 처지를 벗어나보고자  그 어려운 목돈 차비를 마련해들고 기회를 놓칠세라 남쪽으로 오는 사람을 쫓아 나선 것은 대단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아바니따도 딴에는 출세를 했다.  
문맹도 면했고 , 사실은 면했다고는 할 수 없는 실력이지만  어쨌든 지장을 찍는 신세는 면했고,  세련된 도시풍의 옷차림이 되었고,  거기다가  멋진 애인까지 생겼으니,  
그뿐인가 이제는 어엿이 노동수첩을 소유한 직업여성이다.   돈을 벌고 있지 않은가.

브라질에서는  모든 근로자는 노동수첩을 가지고 있다.
노동수첩은 신분증명서와 대등한 가치를 갖는다.    어엿한 직장이 있다는 증거가 되며 확실한 이력서의 구실도 한다.

그러나  노동수첩이 없는 사람도  부지기수이다.    
시골에서 들일하는 사람들,  하루하루  일당으로 일하는 막일꾼들,   떳떳지 못한  일을 하는 사람들,   또는 본인이  무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 등등 유형은 여러가지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도 노동수첩이 없다.    
한국 사람들이 이 중요한 노동수첩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 대부분이 바로 사장님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일하는 고용인들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 월급을 주면서  자기의 사업을 운영하는  고용주들이기 때문이다.  

단 한 사람의 고용인,  아바니따의 경우같이 가사일을 하는 가정부의 경우에도 주인은 필히 노동수첩에 등록을 해 주어야 한다.

그녀가 바람이 나서 내 집일을 소홀히 하고 내 아이들을 소홀히 대한 것은 미웠지만 나날이 다르게 깨이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경이로웠다.

첫날 우리 집에 올 때만해도  겁이 나서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으려했던 그  촌여자가 우리 집을 나갈 때쯤에는 제법 이것 저것을 따지고 혹시 제가 무슨 손해를 보는게 아닌가 눈동자를 굴려가며 잇속 계산을 하게끔 되었다.

나하고 저하고는 고용관계이니 조건이 안 맞으면 헤어지면 그만이다.

마음이 들떠있고  무언가  더 좋은 일이 금방이라도 생길듯한 꿈에 부풀어있어서 그녀도 내 집에 붙박아 있을 수가 없었고 나도 이제는 그녀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브라질에서의  첫번째 가정부와  나는 이별하였다.

인연은 짧았지만 첫만남이었고   짧은 기간동안의 그녀의 획기적인 발전이 인상 깊었던지 20 년이 훨씬 넘는 오늘까지도 나는 그 여자를 잘 기억하고 있다.    
나 또한 폴투게스 문맹이던 몸이 그녀와 더불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 둘 사이에 여러가지 웃기는 사연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쯤 그녀는 무엇이 되어서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때때로 보고싶다.

그녀의 고향,  가난한 뻬르남부꼬주는 오늘에 와서는 브라질의 대통령을 배출한 유명한 곳이 되었다.  
지금 브라질 대통령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 LUIS INACIO LULA DA SILVA )  가  바로  그 가난한 땅  뻬르남부꼬 태생이다.  

도저히 먹고 살아갈 수가 없어서 대통령이 아홉 살 나던해에  온 가족이 상빠울로로 무작정 이주를 해 왔다고 한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이 룰라씨의 이야기를 아니 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