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인데 어느 날  내가 가게에서 손님을 보고  있었다.  
판매대를 사이에 두고 나는 물건을  펴들어 손님에게 보이고  손님은 들여다 보고 있는 중인데
웬 거지 하나가 가게 안에까지 들어와 우리 옆에 섰다.

“ 아니, 다들 무얼 하기에 거지가 여기까지 들어오도록 놔 둬? ”
우선 신경질부터 솟구친 나는 거지에게 동냥을 줄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신경질이 나지 않았다해도 브라질거지는 한번 주면 단골이라고 생각하는지 매일 오기때문에 함부로 줄 수도 없다.  
나는 거지의 존재를  못 본척 무시하고  하던 행동을 계속했다.
거지는 우리 옆에 조금 멀찍이 서서 가만히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신경이 쓰였지만  
“ 저러고 있다가 안 주면 가겠지…..”  생각하고 그냥 두었다.  
잠시 후 내 앞에 있던 손님이 지갑을 꺼내서 열더니 10 헤알짜리 지폐 한장을 꺼내어 거지에게 주는 것이었다.
“어마, 10 헤알씩이나?.........”  
소리내어 말은 안 했지만  나는 깜짝 놀랐다.

보통 거지에게 돈을 준대도 많이 줘야 1 헤알이지 대부분 50 쎙따부 짜리 동전 하나 정도를 주는 것이 상례인데
이 사람이 왜 이러나?
그 손님의 행색으로 보아 부자도 아닌데……..

나의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손님이 지갑을 닫으면서 혼잣말로,
“ 나는 어차피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살다가  결국 가난하게 죽을거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10 헤알이 자기한테 더 있어도 고만이고  없어도 고만이다’  라는 말이다.

그 순간 나는 혼자서 얼굴이 빨개졌다.  너무나 부끄러웠다.  
겉모양만 보아도  누가 봐도 내 형편이 그 손님보다  월등한데 나는 1 헤알을 안 줄려고  새침을 떨고
후줄근한 그 손님은 거금 10 헤알을 척 적선을 하는 게 아닌가.

브라질 사람들이 이렇다.  
인정이 많아서 제 마음이 내키면 이런 식이다.  
동냥도 잘 주고  또 동냥 달라는 사람도 많다.  

그 날  나는 부끄럽기도 했지만 속으로 좀 화도 났다.
“ 저만 착한가 ?   제 주제꼴은 그래 가지구?  저두 거지같은 주제에…”   하는 마음이 일었다.
“ 나 보라는듯이 ?   나 부끄럽게 만들려고 일부러 이러나 ? “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손님은 그런 교만한 자세는 조금도 없이 고르던 물건을 고르고 에누리도 않고  셈을 치루고  조용히 가 버렸다.
그에 앞서 거지는  받아도 되는지 머뭇거리다가 10 헤알을 받아들고 가만히 나갔고………

이 일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 수더분한 손님의 생각을 내내 잊을 수가 없다.

“10 헤알을 아낀다고  내가 부자가 될 것인가.   오늘 나는 이 거지에게 10 헤알을 주고 싶다.  주고 싶을 때는 줘야지…….”
이 것이 그 손님의 순수한  생각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이후로 가끔  나도  갑자기 선심이 쓰고 싶어질 때는  망설이지않고 할 수 있는만큼은 선심을 쓰기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의도적으로 하는 짓이요  그  아름다운 사람은  자기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행한 자연스러운 짓이었다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