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남편이 봄내 연못을 만들었는데 마음이 앞서며 만들다 보니 물을 넣는 속도가 빠지는 속도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저는 소모적인 것이 마음에 안 들어 계속 보수작업을 해야된다 외치는데 그림 그리는 남편 친구들은 물 빠져 나가는 연못 들여다 보면서 '연못이 멋지다' 말하고, 돌(시멘트로 만든)틈 사이로 물이 빠지다 보면 돌 뒤의 흙들이 점차로 진흙처럼 되고 굳어져 방수제 역할을 하게 되고 그래서 돌 틈의 새도 다 메꿔질 꺼라 합니다. '언제쯤이요?' 하면 '좀 시간은 걸리지만 되긴 되요.' 하면서 연못 잘 생겼다고만 합니다. 피식 한편으로 웃음도 나는게 기계 만지고 건축 하는 남편이면 그리 만들지도 않았겠지만 뭔가 수를 내도 냈을텐데...또 장사하고사업하는 남편이면 물값 아까와서라도 그리 안 할텐데 역시 예술가들이란...흠...

계속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벽하지는 않으나 보완도 하고 물빼고 넣기 도 몇차례 끝에 금붕어 세 마리가 드디어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들의 겨울잠을 위해 남편은 또다시 연못의 물을 빼고 바닥에 진흙으로 구덩이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겨우내 바람 차고 눈 쌓이고 연못의 물이 꽝꽝 언대도 내심 넓은 연못 어느 한구석에 금붕어 세 마리가 살아있다 생각하면 흐뭇할 것 입니다. 마당 한켠에 어린 단풍나무, 대추나무, 매실, 잣나무도 몇 그루씩 심었는데 잎 다 떨어진 나무를 늦가을에 옮겨심으면 그 뿌리가 겨우내 애를 써 새로운 터에 자리를 잡는다고 합니다. 한겨울 내내 황량한 벌판의 드러나지 않는 속내로는 온갖 뿌리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뜨거운 활기가 가득 찰 것 입니다. 그 활기가 내년 봄 어떻게 피어날 지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연못에 우리가 아는 금붕어 세 마리와 알지 못하는 무수한 생물들이 둥지를 틀었다. 2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