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강아지가 두마리 있다.

한마리는 14살짜리 요크셔 암놈,하~니~!
또 한마리는 5살짜리 시추 암놈,송~이~!

이 두놈을 데리고 매일 아침 6시에 탄천으로 산책을 나간다.
나도 햇볕 나기 전에 1시간 정도 걷는 이 아침시간을 즐긴다.

이날~
4월26일 목요일에도 두놈을 묶으려고 하는데
이날따라 하니가 자기집에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워낙 늙어 뚱뚱하고 둔해서 그러려니 하고 억지로 끌어내어
끈을 묶었다.
입구에 놓아둔 쓰레기 봉지를 한손에 들고 한손엔 줄두개를
손아구로 잡고 1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다른 때 같으면 그놈들 먼저 태우고 내가 타는데 그날은 뭔일인지
무심히 내가 먼저 들어서고 당연히 따라 들어오거니 하곤
1층을 누르려는데 문이 닫히며 왼쪽손에 잡은 끈이
슥~달려 올라가는 느낌이든다.

앗 뿔싸~!!!
끈하나가 엘리베이터 문밖으로 끌려 나간다.
한놈이 안탔구나~!!!
얼른 끈을 놓았다.층수를 보니 10층이다.

가슴이 둥당 거린다.
누가 안탔나?
기왕 사고 날꺼면 늙은놈이 낫겠다 하는 간사한 생각이
찰라에 지나가며 보니 하니가 안탄것이다 .
눈앞에서 환상이 보인다.

피투성이의 우리 하니가...
뭉개진 우리 하니가...

비상을 누르고 억지로 세웠지만 9층이다.

얼른 나와 한놈을 안고 12층으로 뛰었다.
엘리베이터를 움직이면 더 위험할 것 같아서 뛰었다.
10층으로 올라오니 숨이 턱에 닿아 내가 죽게 생겼다.

침착하자.
이러다가 줄초상난다~
마음을 가다듬고 주님께 기도를 올린다.
"하니~살려주세요~!!!"

이젠 어쩔수 없다.시신이라도 찾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며 그안에서
노란 표시에 대고 마구 소리를 질렀다.
비상시 연락에 늙은 경비 아저씨는 아무 힘이 되지 못한다.
경비실을 부르며 뛰어나가 헉헉대며 엘리베이터를 멈춰달라고 소리쳤다.
기계실도 연락하고 사위에게도 연락했다.

나혼자 하니의 시신을 도저히 거둘수가 없는것이다.
나는 아저씨와 함께 12층으로 가기로 했다.

12층으로 올라오며 12층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즉사했거나
없으면 바닥으로 떨어 졌을꺼라며 혼자 상상하며 치를 떤다.

경비 아저씨가 할수 없죠~뭐 하며 나를 위로 한다.

안된다.
병들어 죽는것도 가슴아픈데 내 실수로 우리 하니가 죽는다니...
차라리 교통 사고가 낫지..그 처참한 모습을 어찌보나?
나이들어 귀찮아서 저건 명줄도 길다 하며 발로 툭툭 차기도 했는데...
이를 어쩌나~!!!

이대로 보내면 안되는데,
머리로는 하니의 처참한 모습을 그리고
가슴으로 하나님께 매달린다.
하나님~!
기적을~기적을~기적을~!!!

드디어 12층이다.
둥당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문이 열리는걸 지켜봤다.
하니의 처참한 모습을 상상하며...

근데...근데...근데...
어째 이런일이~?????

하니가 줄에 묶인채 엘리베이터 문밖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 줄은 10cm 밖에 되지 않는다.
매달려서 날 오길 기다렸는지 짧은 꼬리를 탁탁~! 휘두르고 있다.

아이구~ 하나님~!!!감사합니다.
하니를 끌어안아 내리는데 내가 놓아준 줄이
엘리베이터 안쪽 문에서 빠져나가 바깥문
윗쪽벽의 고리에 걸려 있는것이다.

엉엉 울었다.
불쌍한 우리 하니,살아 있는것이 고마워서

목줄만 했으면 그것도 위험한데 우리 하니는 몸통까지 묶는 줄이라
별부담 없이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그 끈을 살 때 비싸고 좋은게 많았는데 두개나 사니
그저 튼튼하고 싼것으로 사서 얇고 매끄럽고 촐삭 맞아 보이는것이
별로 맘에 안들었던 것이었다.

그끈 손잡이에 다른 장식이라도 달려 있었으면 거의 닫힌
엘리베이터 문으로 빠져 나가지 않았을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오~주여~!!!

14년전 생후 25일 된 하니가 우리집에와
전깃줄을 씹어 혓바닥도 쪼각나고...
반갑다고 깜깜한데서 꼬리치다가  나룻배 만한 내발에 밟혀 발목도 부러지고...
딸 학교 갈 때 쫒아나가 아파트 마당에서 3시간이나 한군데서
자기 찾아 오기 기다리고....(난 없어진 줄도 모르고 있었다.)
문틈으로 나가설랑 엘리베이터 줏어타고 오르락 내리락해서
야쿠르트 아줌마가 찾아 주고...

커다란 진돗개가 물고 싶은데 뚱뚱해서 침만 발라놓은 하니...
5번 출산에다 새끼 13마리 낳으며 배를 두번이나 가르게 한
이 몹쓸 인간한테 지 새끼 팔아 내새끼 등록금도 보태주고...
대학 입학 할 적에도 예쁜 코트 사준 우리 하니....

이가 없어 잇몸으로 아구아구 먹어 밖에 나가면
"야가 돼지예요?"
새끼뱄어요? 등등 스타일은 하나 없이 키운 못된 주인...

내가 울면 슬그머니 무릎으로 올라와 내얼굴을 핥아준 하니...
내가 여행가고 없으면 밤을 꼬박새며 울딸 머리맡을 지켜준 하니...

언젠가는 없어져서 찾다 찾다 포기하려 할즈음에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장소에 찾아가니 그자리 벤취밑에서 쭈구리고
몇시간동안 하염없이 날 기다려준 하니....

하니야~!
미안하다.
실은 널 귀찮아 했어
승승장구 너무도 잘먹어 송이는 맛있는것 많이 주고 너는 일부러
저녁을 굶겼쟎니.

사고난 그날도 들어오자마자 괴기를 한숟가락 비벼주니
넌 놀래지두 않았는지 너무나 잘먹드구나.
그만큼 나를 의지한 것 이겠지?

그래~ 하니야~!
07년 4월 26일은 네 생일이야.
지금까지 나를 지켜준것처럼 계속 건강하게 내곁에 있어주렴.

달려라~!!!천방지축 우리 하니~  

(다음날 경비 아저씨왈~"에유~난 청소 할 생각하니 끔찍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