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신간 하나가 들어왔다. 
제목이 <아내가 결혼 했다>였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란 책을 받았을 때보다 더 발칙하다

내용은 현재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이야기다. 
그야말로 황당하고  낯설다. 
책 속의 여자는 남편인 <나>에게 일처다부제의 체제를 설득한다. 
<나>는 설득 당한다. 
독자인 나도 차츰차츰 그 세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말려 들어간다.
연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67년생인 작가 박현욱은 
할아버지 세대의 일부다처제의 사회에서 
일부일처제의 아버지 세대를 거쳐 
그리고 지금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생각만 조금 바꾸면 되는 아무렇지도 않은 문제라고 역설한다.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란 책에 등장한 여자는 결혼을 하고도 정부 두고 산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고전이 되었다. 
2006년에 봄에 등장한 여자 <인아>는 

" 나는 당신을 사랑해. 
그래서 당신과 결혼했어. 
지금도 당신을 사랑해. 
당신과의 결혼을 깨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 
그리고 또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 
그래서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을 정부(情夫)로 만들고 싶지 않아. 
이런 내가 싫으면 이혼해."하고 남편을 설득한다. 
결론은 언제나 <나>의 생각이 아니고 아내 생각대로  난다. 
바람은 불륜이지만 중혼은 불법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남자의 목소리는 여자의 설득 속에 묻힌다. 
아직도 아내를 사랑하여, 
그래서 이혼하고 싶지 않은 <나>는 결국 여자의 중혼을 허락하고 만다. 

작가는 이 책에서 세 가지 경우의 여자를 보여주었다.

첫째-남편이 있는데 바람을 피운 여자. 
결국 이혼 하지만 남편의 간청으로 재결합한다. 
(허지만 남편의 바람으로 마음 고생하고 살아간다)
둘째-아버지의 불륜의 영향으로 남편의 바람끼를 용납하지 못하는 여자, 작은 누나. 
결국 그녀는 세 번 결혼을 한다.(앞으로 몇 번 더 할지 모른다)
셋째- 두 남자와 결혼해 두 집 살림을 사는 여자 <인아>

작가는 놀랍게도 마지막 인아의 생활을 가장 만족스럽게 그리고 있다.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 서로가 동의하여 결정한 일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라면 오히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같이 살아가는 수많은 부부들이다.'라고 말한다. 

소설가 김승옥 선생님은 소설은 그 사회의 거울이라고 말한다. 
소설속에 사회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말이다.
그 분의 말대로라면 이미 우리 사회가 모계사회로 변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는 핑크칼라 시대라고 말한 학자도 있다. 
힘과 권위가 사라지고 섬세하고 아름다움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징조들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하리수같은 여자가 등장하고 김준기같은 여자같은 남자가 인기를 얻고 있다.
근처에 있는 중대부속고등학교는 개교 후 처음으로 
70년 대 식으로 남녀로 반을 따로따로 편성했다. 
남녀 합반을 하면 악착스럽고 똑똑한 여자애들 때문에 내신이 불리하다고 
남학생 학부모들이 반발했다고 한다. 
교원임용고시의 대부분이 여자고 
외무고시 합격자의 반이 여자고 
사법고시에서는 31.8%나 여자가 차지했다.
사법고시 수석 또한 여자다. 
얼마 전 방송국에 들어간 딸 말이 술조차도 여자가 더 잘 마신다는 것이다. 
(설마 그럴 리가 하고 나는 믿지 않지만...)

성공하는 한국인이 살아가는 법이란 책에 보면 
처가집이 가까워야 성공한다는 말이 나온다. 
여자가 경제활동을 하려면 누군가가 도와 주어야 하는데 
그 누군가는 장모가 적격이라 나온 말이다. 

여권이 강해질 수록 여자들은 피곤하다. 
애 낳고 살림하는 전통적인 역할에다가 돈까지 벌어와야 한다니 
세상은 슈퍼우먼을 요구하고 있다.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또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혼란하고 피곤한 세상이다. 
반세기 전에 태어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