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우리나라 교육계는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문제'로 열병을 앓았다.
당시 교육부(현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정보통신망을 정비하고 효율적인 성적 처리와 인사관리를 위해 나이스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자 전교조가 중심이 돼 "이는 정부가 정보를 장악·통제하려는 의도며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가 없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고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결성해 결사저지에 나섰다.


교직원회의에서 나이스 채택이 부결됨에 따라 인천의 고등학교 중 80% 이상이 수년 전에 폐기됐던 수기(手記) 방법으로 성적을 처리하느라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고 교육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인일여고 교장이었던 필자는 '구도심권에 소재해 있어 학생과 교사진이 열악한 상황에 놓인 인일여고에서 나이스 채택은 필수적'이라는 소신으로 온갖 난관을 뚫고 채택했다. 주변 거의 모든 학교가 나이스를 채택하지 못한 속에서 유일하게 인일여고는 성적처리와 각종 통계처리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어 교사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대입에서부터 다양한 교육활동에 이르기까지 인일여고는 옛 명문의 영광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일궈낼 수 있었다.


인천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가 초등학생의 전면 무상급식 문제일까. 시와 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민주당 인천시당은 지난 11일 초등학교 전체로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 발표했다. 이에 필요한 189억원은 내년도 송도국제도시에서 진행중인 대형건설사업을 중단하고 이를 무상급식 예산으로 돌리겠다고 한다.


무상급식 실현이 복지사회 건설의 초석이요, 핵심이라면 왜 복지선진국에서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지 않는 것일까. 현재 초·중·고교생 전체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핀란드와 스웨덴 정도뿐이다. 미국은 소득수준에 따라 49%는 무료급식, 10%는 할인급식, 나머지는 유료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은 34%가 무료급식, 일본은 생활보호대상자(0.7%)와 준보호자(1%)에게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있다.


벨기에는 정부 차원의 급식비 지원은 없고 노르웨이는 19세기 후반부터 저소득층 아동 대상 무상급식을 실시해 오고 있으나 학생들은 통상 도시락을 지참하고 있다.


마치 열병에라도 걸린 듯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이들을 보면 동심을 멍들지 않게 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엿보여 존경심마저 생긴다. 그러나 등교하는 180일 동안 중산층 이상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위해 예산을 쓰느라고 나머지 185일 동안 기초생활수급 아동들의 하루 세끼를 보다 인간답게 해결해주지 못하고, 진정 복지 혜택이 필요한 곳에 예산을 쓸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현실 진단없는 이상과 열정에 의한 구호 대신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제대로 된 실천계획이 진정 무상급식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다시한번 선택과 집중의 의미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출처: http://news.i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