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서 쉬는날이면
지나간 사진들을 보며 그때로 다시 돌아가 본다.
참으로 여행의 뒤안길에서 미소짓는 나를 반갑게 만나게 된다.
 
다니며 눈으로 잡아두고 싶어 이리저리 샤탸를 눌러되던 나를
사진을 보면서 만나게 되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의 내가 지금보다 젊어 보이기도
한참 전의 내가 오히려 늙어 보이기도 한 것을 보면서 일어나는 감정의 기복이 흥미 롭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래전 긁적거렸던 글들을 읽다보면
아하~! 이런 적도? ... 라는 생각에 새로워질 때도 있다.
 
 
Honfleur cafe 1.JPG
(에릭 사티의 고향  '옹플레르로' 골목길 카페에서)
 
 
 
#1. 

급히 은행 갈 일이 생겨  집에서 입었던 옷에 코트만 걸치고 부랴부랴 집을나섰다.

근데, 은행문이 이미 닫혀있었다.

조금만 서둘러 나왔어도... 아쉬움을 가지고 도로 집으로?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이왕 집 나온 김에 진눈깨비 내리는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돌아 보았다.

 

몇 번 가 보았던 카페로 들어가 앉는다.

일하는 사람이 그동안 바뀌어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가만히 잡지들을 뒤적이며 창밖을 쳐다보고 다시 잡지보고 그냥 시간에 몸을 맡겨본다.

근처 대학교의 학생들이  흘낏거리며 쳐다본다.

동양여자가 창밖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게 걱정스러운듯...

 

종업원이 다가와서는 나를 여행자로 생각하고 영어로 주문받는다.

내속에 꿈틀거리는 장난끼를 누르지 않고 발산해본다.

여행자인냥 나도 영어로 주문한다.

 

아~~! 이럴 때 해방감에 기쁘다.

내가 사는 곳에서 다시 여행자로 돌아가는 기분...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신선감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고도 한참~~

젊은이들이 하나,둘씩 돌아간다.

나도 이곳을 떠나 다시 진눈깨비내리는 거리로 나온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음악 디스크 파는 가게가 보인다.

들어간다.손님이 하나도 없다.

잠깐 가게를 돌아 보는데,

주인이 또 영어로 나에게 이것저것 소개한다.

아무 말도 안 하고 Erik Satie CD를 찾아 집고

적혀있는 가격을 말없이 지불한 후 사가지고 그곳을 나온다.

 

오늘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여행자로 생각하는 것이, 나를 생동감있게 한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나는   Satie의 minimal music 을 들으며 기분좋게  무념상태로 돌입한다.

 

(2009년 11월 4일 봄날"스쳐가는 일상, 잡아두고 싶은 단상"에 올렸던 글을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