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기사 검색에서 찾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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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에 이어 의사로서의 삶이 정치에 어떻게 접목되고, 학문과 경험이 정치에 융합되고 활용됐는지 고백한다. 이 경험이 독자 여러분들의 일, 생각에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국회의원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순간순간 의사와 학자로서의 훈련이 얼마나 정치 활동에 도움이 되는지 절감하는 순간들이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음으로 새기며 시작한 의사의 직무는 최선을 다하며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끊임없이 천직으로 생각하게 했고, 그 삶의 자세는 국회에서 더 강한 원칙으로 살아났다.

이 세상에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직업이 바로 의사다.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 있다고 여기는 너그러운 분들도 의사의 실수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전문인에게 무결점주의에 대한 지향은 매순간 적용된다. 그렇다면 한 순간의 판단과 결정이 4800만 국민의 삶과 행복에 연결되는 국회의원은 실상 무결점주의의 정점에 있어야 할 것이다.

의사가 한 순간의 오판으로 환자를 그릇되게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한 생명을 죽음의 위험에 빠뜨리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의 정책담당자들에게는 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정책결정자의 오판과 실수가 4800만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그러니 정치가로서 나는 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의 전문적 훈련으로 익혀온 꼼꼼함과 섬세함, 치밀함의 소양들이 자연스레 의정활동에 스며들게 됐다.

또 다른 의사의 덕목인 신뢰와 정직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기본요건이다. 이 신뢰와 정직은 무한한 사랑에 근거한 덕목이기도 하다. 정직하지 않거나 믿음이 없으면 치유의 과정은 고통스럽다. 신뢰의 밑바탕에는 상대방이 어떤 경우에도 나에게 정직하리라는 믿음, 그 정직함에 성실함과 사랑을 다하여 나를 대할 것이라는 전폭적인 믿음이 함께 한다. 이 점은 실상 모든 인간 사이 신뢰의 근본이기도 하다. 정치가 인간의 삶의 기본 배경일진대, 신뢰와 정직이란 이 두 덕목은 나의 정치가로서의 삶에도 자리 잡았다.

신뢰와 정직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 자체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 동참하는 모든 이들, 즉 팀워크의 원칙이다. 의료 현장은 거대한 팀 스피릿(team spirit)의 절정이다. 다른 관계자들이 수행한 검사 결과를 못 믿거나 함께 수술하는 팀, 혹은 환자를 돌보는 각 영역에 대한 무한한 신뢰 없이는 원천적으로 치료 행위가 이루어질 수 없다.

모두가 인간적으로 정직하고 책임 있게 업무를 수행했다는 전폭적인 믿음 아래 나의 전문적 사고와 판단이 작동한다. 또한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은 바로 “잘 모른다”고 말하고 최고의 지식과 지혜를 구하는 자세를 기본으로 한다. 즉 정직이다.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가장 위험한 상황을 유발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4800만 국민을 위해 가장 정직하고 믿음에 기반해야 할 국회 현장에서 만사가 꼭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충격적인 경험의 연속이었다. 환경이 어떠해도 나의 원칙에는 어떤 미동도 없었음은 30여년 살아온 의사의 자세 덕분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책임의 정점에 있는 국회의원이 “아님 말고”라는 최고 무책임한 말과 행동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직업에 해당하는 원칙이겠으나 더욱이 더 공적인 일을 하는 직업, 즉 대통령과 국회의원, 법관들과 행정공무원들에겐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의사로서의 냉철한 두뇌와 뜨거운 가슴, 민첩하고 섬세한 손놀림이 동시에 작동하는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로서의 훈련과 성실한 자세는 정치에서도 꼭 필요한 덕목임을 깨달았다. 더욱이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던 의사 경험은 어떤 환경에서도 도통 나쁜 일에 눈이 가게 하지 않음을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국회 현장에서 경험했다. 그 결과가 결국 60년 헌정사에 최고의 의정활동을 한 국회의원으로 기록되는 뜻하지 않은 큰 명예를 갖고 17대 의원을 마감하는 데 도움이 됐다.

국회의 존재 이유인 입법 활동에서 야당 의원으로서 143건의 법안을 발의했고, 그 중 52건이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통권 86권의 정책 자료집을 냈고, 57회의 공청회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모두가 서로 신뢰하는 팀 스피릿, 팀 플레이의 소산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보좌진들, 그리고 함께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러한 태도는 의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리라. 삶의 매순간에 이러한 태도를 지닐 때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결과가 올 것이다. 필자의 꿈은 한 번 뿐인 참으로 소중한 이 삶을, 품격과 함께 불꽃처럼 환하고 열정적으로 살다 가고 싶다.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여러분들과 함께….

 

출처: http://weekly2.cnbnews.com/category/read.html?bcode=7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