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길을 밝혀준 두 분의 멘토

허회숙 인천시의원

 

내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감사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해 주신 분들은 초등학교 시절 이래 박사과정까지의 나의 스승님들이셨다. 인천 동구 송림동에 위치한 조그마한 사립학교인 동명국민학교에서 만난 박창례 교장선생님, 이옥녀 교감선생님을 비롯하여 1학년, 5학년, 6학년 담임을 맡았던 임순애, 이명희, 권춘애 선생님은 모두 소명감으로 뭉치신 처녀 선생님들이셨다. 동명의 교훈은 ‘다 같이 사랑하자’ ‘규율 있게 살자’ ‘힘써 일하자’ 이다. 박창례 교장선생님은 5~6학년 학생들에게 한달에 두 번씩 동명의 교훈에 뿌리를 둔 특강을 해 주셨다.

인천여중에 진학하면서 만난 강순옥 선생님은 서울 공대 화공과를 나온 처녀 선생님으로 우리에게 과학에 대한 애정을 불붙게 한, 명강의와 열정 그리고 못 말리는 제자사랑으로 유명한 분이었다.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 우리들에게 간식까지 사 먹여 가며 보충수업비라는 이름도 모른 채 무료로 특강을 해 주시어, 경희대에서 열린 ‘전국 학력 경시대회’에서 인일여고 1회들이 단체1등을 하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셨고, 젊은 시절의 고뇌와 진로 문제로 괴로워하며 방황하는 나를 언제나 보이지 않는 든든한 손으로 꽉 잡아 지금까지 이끌어 주셨다.

강순옥 선생님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시며 오로지 제자 사랑에 헌신하신 공로를 인정받아 1986년 한국교육자 대상(한국일보 실시)의 ‘대상’을 수상하셨다. 인천에서 박창례 동명교장선생님에 이어 두 번째로 ‘대상’을 수상하신 것으로 아직까지도 인천에서는 ‘스승상’ 수상자는 매년 나오곤 하지만 ‘대상’수상자는 두 분외에는 없다. 강 선생님은 부평여고에서 교장으로 정년을 마친 후 지금까지도 많은 제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장학금을 지급해 주셨고, 남동산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남모르게 후원하시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 조그마한 교회를 짓도록 성금을 보내시고, 몇 달 전에는 그동안 의미있는 사업을 위해 쓰시려고 가지고 계시던 6만여평(20만㎡) 되는 청도의 산을 김진홍 목사님께 아무 조건 없이 기탁하시기도 하였다.

내가 정년을 3년 앞두고 시작한 인하대 교육학 박사과정에서 지도교수로 만난 박영신 교수님은 학문에의 끝없는 열정과 초인적인 인내심, 그리고 거의 도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 같은 깊은 인격으로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신 분이셨다. 강순옥 선생님은 나보다 12살 많으신 분이고, 박영신 교수님은 나보다 12살 아래인 분이셔서 나는 닭띠 동갑인 두 분을 은사로 모시고 있다. 세속적 재미에 적당히 물들고 타협하면서, 공부도 적당히 하면 되리라는 마음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한 나는 박영신 교수님을 만나면서 정신이 번쩍 드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월2회씩 하게 되는 연구 모임은 거의 언제나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끝나곤 했으며, 일년에 몇 번씩은 국내외 학회에 참석하여 포스터 및 구두 발표를 해야 했고, 국내학술지에 연구 논문도 제출하여 실려야 하는 등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박교수님의 인간적인 향기와 순간순간의 깨달음으로 와 닫는 박교수님의 삶의 자세를 존경하며, 순종하는 자세로 따르다보니 어느 사이 박사과정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박영신 교수님은 연구실에서 거의 생활을 하시며 연구에 몰두하시어, 인하대에서 ‘우수연구교수상’을 제정한 이래 12년 연속 ‘우수연구교수’로 선정되시는 위업을 이루신 분이시고, 한국교육학회에서 2010년에 처음 제정한 ‘우수저술상’을 최초로 수상하신 학자이시다. 또한 성산효대학에서 제정한 ‘효도 대상’을 타신 소문난 효녀이기도 하며, 몇 년 전부터 아시아사회문제심리 학술대회와 세계토착문화심리 학술대회에서 부모님 성함을 딴 ‘박정헌상’과 ‘정태곤상’을 제정하여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소장 학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계시다.

내가 평생을 교단에서 보내다가 정년을 맞을 즈음, 강순옥 장로님과 박영신 교수님 두 분은 나에게 인천 지역사회에 다시 한번 봉사할 것을 강력히 권유하시고, 격려하시면서 이끌어 주셨다.

이번 5월 15일은 내가 시의원이 되고 처음으로 맞는 스승의 날이다. 내 인생의 길을 밝혀주신 두 분의 멘토, 강순옥 장로님과 박영신 교수님께 앞으로도 두 분의 가르치심을 따라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살아가겠노라는 다짐과 함께, 가슴 저 깊은 곳에서 퍼 올린 가장 뜨거운 감사의 정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