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에 살며 10여년 째 맞는 봄맞이행사의 으뜸은 단연 나무심기다.
처음에는 사과나무, 배나무부터 은행나무, 잣나무... 내 눈 앞에 보고싶은 나무 종류별로 죄다 심고
해마다 조금씩 조금씩 양을 늘려나갔다.
손가락만한 굵기의 한 가지 꽂아 나무를 심을 때에는
최대한 주변을 넓게, 10년 후 아니 20년 후의 모습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자리잡아 심건만
어느 무렵부턴가는 뽑아내고 잘라내고 옯겨심기가 시작되고
올 봄 역시 날 풀리기 시작하며 벌써 잘라낸 게 몇 그루, 옮겨심기가 몇 그루이다.

해마다 '최선이거니...' 했건만
꽃과 나무가 자라나는 이 마당은 점차로 풍성하고 왁자지껄해지며
해마다 우리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어
다시 돌아보고 생각하게 한다.

 

지나고보면
어느건 최선이었으나 어느건 실수투성이였기는 사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나름 최선이고 싶었으나 아쉬운 것도 많고 실수도 많았다.
지금도 늘 실수는 반복되고 있기는 하지...

나무는 때로 옮겨심고 뿌리째 뽑아내기도 할 수 있으나
인생은 반환점 없는 긴 마라톤 같아서 쉽사리 주저앉거나 되돌아가기도 어렵고
지나온 여정이 그대로 내게 문신처럼 박혔다는 것도 이제야 알겠다.

 

이 봄, 이리저리 나무를 옮기고 가지치기도 해주면서
머릿속으로는 내내 나를 이리저리 옮겨보고 가지치기를 한다.
이른 봄 3월은 나뭇잎이 아직 무성하지 않아서 나무 속살을 잘 살펴보고 쳐내기에 적당하고
가지 쳐낸 나무는 따사로운 햇살과 촉촉한 비가 잘 자리잡아 키워내줄 것이기에 희망적이듯,
올 봄 따라 유독 생각할 것이 많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 봄이
내게 축복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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