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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거리는 개구리 울음소리와 천둥, 번개 못 견뎌하는 진도개 한 마리와 씨름 하며 지난해 이맘때 11기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옮깁니다.
어젯밤에는 이리 묶어두고 못할 짓 시키는 것도 사람의 할 일이 아니지...싶어 풀어주니 쏜살같이 내빼더니 온 동네를 헤집고 아침녘에 천연덕스레 돌아와 있군요.
아무리 시골이래도 마음대로 개 풀어놓을 여건은 못되고 이래저래 머리만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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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이와 진주는 우리집 개 이름이다.
진용이는 우리집에 온지 1년 넘어가는, 두 살 다 되어가는 진도개 수컷인데 정말 잘 생겼다.
족보도 거창한데 9개월쯤 된걸 어느 개 엄청 사랑 하는 이가 태권도 도장 하면서
그 실내에서 키우다 도저히 안 되겠다, 너른데서 살아라...눈물 머금고 우리에게 보내주었다.
우리집에 데려오던 날, 나와 남편이 수원 까지 가서 진용이한테
'안녕?' 인사하고 개집 하고 먹던 사료 우리 차에 싣고,
그쪽 내외는 그쪽 승용차에 진용이 실어 우리 집에까지 와 사이좋게 얘기도 하며 밥도 같이 먹는 것 보여주고,
그 주인 보는 앞에서 우리가 먹이도 주고...그렇게 복잡한 절차를 한참 거친 후에
그 분들이 떠나가고 진용이와 우리만 남았을 때 진용이는 5분 쯤 슬피 소리내어 울었다...그리고
곧 우리와 잘 지내 이제껏 산다.
진용이가 태어나 3-4개월쯤 후에 그 집에 왔을 때 얼마나 맹수던지 그 부인은 아직도 먹이를 자신이 못 주노라 했는데,
나와는 첫날 부터 잘 지낸다.

용맹스럽고 고독을 즐기는 진용이는 참 특별하다.
거의 6개월 이상을 거의 굶다시피 밥 먹기를 즐겨 안 해서 신경도 엄청 쓰이게 했고-우리 애보다 더-
늘 애잔한 눈초리로 날 보아서 가슴이 찡 하다.
그런 진용이는 오늘같이 천둥, 번개 치는 날이면 거의 무서워 견디지 못하고 마당 한가운데서 낑낑거리고 울고,
안타까이 땅 파고 난리다. 처음엔 설마... 영문 몰라 쩔쩔 맸는데 요새는 밤에 자다가도 후래쉬 들고 나가서
창고 안에 데려다 넣어주는데 -사람이 개를 지킨다- 아침에 열어보면 바닥에 널려진 빈 병 하나도 건드려 놓은게 없다.
먹이를 줄 때도 밥그릇은 안 보고 애잔하니 사람과 눈 맞추려 애를 쓴다.
이사람 저 사람에게 물은 결과로는 주인 많이 바뀐 개의 정서불안 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반면 꽃진주는 암컷인데 진용이 친구 해주려고 채 1개월 갓 넘긴 강아지를 데려 왔었다.
뒤뚱뒤뚱 살쪄 잘 걷지도 못하는데다 거의 생김이 돼지 같고 아니올씨다에 먹을 것을 얼마나 밝히던지...
평생 예쁘다 소리 못 들어볼 운명이 가여워서 이름을 진주라 붙이고 개집에 빨강 색종이로 이름표까지 붙여주었다.
(우리 남편이 민망해 하더니 나 안 보는 새 떼어버렸나봐, 요샌 안 보여..)
1년이 다 되어가는 진주는 사람 눈치 보는 일 별로 안 하고 천방지축이다.
먹을 것 밝히고, 신나게 주인 보고 쫓아 왔다가도 먹을 것 없어 보이면 뒤도 안 보고 달아나기 일쑤고,
불러도 맘 안 내키면 쳐다보지도 않기 예사에 요즘은 특히 잠자리, 나비 쫓아다니느라 온 마당을 겅중겅중 헤집고 다닌다.
같이 자란 달콩이-고양이- 포즈로 쥐, 두더지, 새도 잘 잡아오고 닭장에 재주좋게 스며들어가
닭밥도 뺏어먹느라 닭들 혼비백산하게 만들고 딸기, 토마토, 참외 익으면 우선 먼저 시식하는 놈이 진주렷다.
사람에게 진용이처럼 구애의 눈초리 보내는 법 절대 없고.....진용이 데리고 산책이라도 나갈라 치면 먼저 앞장 섰다가도
멀리 낯선 사람이 보이거나 말을 붙이기라도 하면 겁 먹고 쏜살같이 집으로 내빼버리고 만다. 주인 지킬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도 집에 낯선 사람 오면 엄청 폼 잡고 달려가 짖으니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모두 무서워 하고 '저쪽에 붙들어 매 주세요.'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얘는 되게 웃기는 개에요.' 할 수 도 없어 그냥 창고 안에 넣어 두거나 목에 끈 묶어 두는 수 밖에...

그런데 진주는 우리가 첫 주인이고 부모(?)니, 게다가 풀어 기르니 성격이 그리 좋고,
진용이는 세번째 주인이나 되다 보니 영 마음 주기가 어렵거나 마음을 주었더라도 그렇게 히스테맄한 점이 있는거란다.
게다가 묶어 기르니 더욱 그렇고...

그 두 마리 개, 진용이와 진주를 보며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아이들 마음껏 사랑해주자.
남편, 가족에게도 늘 사랑해, 사랑해, 해주자.
그래, 그래, 친구들아, 열심히 살아온 너희들을 사랑해................

우리 진용이 오늘도 창고에서 잔다,
진주? 집 답답하다고 마당이고 어디고 제 맘 닿는대로 아무데서나 댓자로 누워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