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의 기후는 어때요? ”
이것도 자주 받는 질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매우 좋다”
장마가 없고 혹서 혹한이 없다.
그게 뭐가 좋아?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그런 모양이지?
그렇다.   좋게 말하면 춥도 덥도 않아서 살기 좋고  나쁘게 말하면 흐리멍덩하다.

사계절이 있기는 있다.    그러기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라는 단어가 브라질 국어에 확실히 있고 모든 학교에 여름방학, 겨울방학도 분명히 있다.    입춘이니 망종이니 하고 특별한 이름이 붙지는 않지만 어느 날부터 절기가 시작되는지 특정한 날자까지 있고  섬머타임도 실시한다.

그렇건마는  나는 거기 브라질에서 이십년 이상을  살고도 아직도 때때로   “ 지금이 여름이야?  봄이야? ”   하고 옆사람에게 묻는다.
그  옆사람도  금세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잠시 생각해 본다.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도 짐작이 간다.

“ 여름이지!   여름 물건 나온지가 언젠데 ? ”    한다.
그 사람의 옷가게에서 여름옷 팔기 시작한지가 벌써 한참이니 지금은 당연히 여름이라는 뜻이다.

브라질 교포들은 반 이상이 옷과 관계되는 일에 종사한다.
옷을 만들던지 팔던지 하는 일이 주종을 이룬다.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기보다 가게의 물건으로 먼저 느낀다.

여름 옷을 판다고 말하지만 그 뜻은 여름을  대비해서 여름옷이 많이  나와있다는 뜻이지 그렇다고 지금이 꼭 여름이 아닐수도 있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겨울옷이 도매가게마다 잔뜩 입하되어 있고 소매상에서는 겨울장사에 대비하여 두꺼운 겨울의상을 사 가고  절기는 겨울로 들어섰다 해도 바깥 날씨는 아직 펄펄 뜨거워서 길거리의 사람들은 나시차림으로 다니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람들은 옷장에 일년 내내 긴 소매옷 반 소매옷을 같이 걸어두고 산다.    거의 일년 내내 긴 팔, 반 팔  두가지 옷을 사용한다.
여름이 되었다고  겨울 옷을 개켜서 올려두지 않는다.
어차피 겨울 옷이 얼마 되지도 않지만.

여름에도 갑자기 서늘한 날이 있고  겨울에도 따끈따끈한 날이 적지 않다.  
브라질의 여름은 한국 여름보다 덜 덥고 겨울은 한국 겨울보다 덜 춥다.  

수은주의 눈금으로만 볼 때는 여름의 더위가 여기나 거기나 비슷할지 몰라도 브라질은 습도가 높지않아 그런지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가정집에 웬만해서는 에어컨이 없다.    지구 온난화 현상인가  해마다 점점 더 더워져서 이제는 나도 집에 선풍기가 있지만 처음 브라질 생활 몇년동안은 선풍기의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하였다.

겨울은 절대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없으니 아파트에 난방장치라는 것이 없다.    당연히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다.  
눈이야기를 하자니,  아아!  그리운 눈 !   싸락눈,  함박눈…….  
눈 구경 한지가 그 언제던고 ?    
이번에도 여름에 서울에 왔으니 또…… 못 보겠지.  (그랬는데 일정이 연기되어 이번에는 볼 것 같다)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까마득히 잊었던 동요 한 가닥이 사무치게 떠오른다.

그러나 하루 일교차는 브라질이 훨씬 크다.  아침 저녁은 꽤 선선하고 낮에는 따갑게 덥다.  
새벽 출근하는 사람들은  긴소매 옷을 하나씩 갖고 다닌다.  낮에 더워지면 소매 긴 옷을 벗어 허리에 둘러 매고 다닌다.

그러나 땅덩어리의 크기가 남한 면적의  86배나 되는 브라질의 기후를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내가 살고있는 상빠울로주만해도  ‘대-한-민-국’ 보다 크다.  
여태 얘기한 기후는 내가 경험하고 있는 상빠울로주의 경우이다.

러시아, 카나다, 중국, 미국 다음으로 큰 나라 브라질은 어느 분야이고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고로  “ 나는 브라질에 살고 있기때문에 브라질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읍니다. ”   라고는 어느 누구도 절대 말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