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일 5회 동기동창회에서는
2003년 11월 5일부터 9일까지 졸업 35주년 동창회를 하와이에서 치루었다.
참가인원: 55명,
숙소: 와이키키  메리어트호텔.

제 1일

인천국제공항...교복을 입혀 상기하면 금방 떠오르는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35년이란 어마어마한 시간도 초월성으로 옷 입히면 잠깐일 뿐인가?
시간도 공간도 초월한 여고시절의 우리가 현재 존재할 뿐이다.

하와이까지는 8시간 소요한다지만 무삼 걱정이 있으리요.
앞 뒤 옆으로 입 맞출 수 있는 친구들이 포진해 있는데...
예상대로 별 지루한 걸 느끼지 못하고 호놀룰루 공항 도착.

제2일
십여년 전에 와봤던 호놀룰루공항은 정말 구태의연하다.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버스타고 가서 입국 수속하는 공항은 많지 않던데...
9. 11사태 후 매우 더 까다로워진 검색 절차

Can you speak English?
'No`라고 한친구들과  'Yes,a little`이라고 한친구들 중 누가
편안하게 통과됐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우리나라 속담에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을 참고 하시기를...

공항 밖에는 미국 각지에서 먼저 온 친구들이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고
중년여성 55명의 만남 순간의 소음은 굳이 데시빌로 재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법.

여고시절 본 미국영화 `초원의 빛`에서
여주인공 나탈리웃과 그 친구들이 오랫만에 만나
몇분동안 소리지르며 깡총깡총 뛰던 모습이 오버랩된다.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의 빛나던 시절은 언제였던가? 친구들 얼굴에 나타나는 세월의 흔적,삶은 무상한 것이니...

나름대로 입심 좋은  가이더인 젊은오빠가 임시 담임을 자처하며
우리를 숙소 가기 전까지 이곳 저곳 안내한다.

13년 전에 왔던 하와이, 그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아 왠지 안도가 된다.
그러고보면 변화가 좋은 것만은 아닌가보다.
빨리빨리 홱홱 정신없이 변하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괜시리 바쁘고  여유없는 날들을 보내는
우리들에게 화와이에 넉넉한 풍경은 안정감을 선사한다.

제3일
오늘은 종일 자유여행 시간을 즐겼다.
일부는 하나우마베이에서 물고기와 수영을 했고 다른 일행은 잠수함을 탔으며,
아니면 손주들을 위해 쇼핑을 한 할머니 그룹도 있었고,etc etc etc...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일몰을 바라보는 선셋쿠루즈.
버스 타기 전 나눠준 스티커에 큼직하게 새겨진 5라는 숫자.
인일 5회를 축하해주기 위한 배려로 알았는데 알고보니 버스 번호.

같이 크루즈 여행을 하는 인원이 대략 300명 쯤이니 버스 번호가 1에서 6까지.
6대에 나눠 탄 사람들이 각기 그룹이 되어 버스가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훌라 아가씨들에게 구호(혹은 응원가라 할지)를 배워
나중에 그룹별로 함성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누가 이겼겠는가?
구호 맨 나중에 부르짖은 대-한 민국 짜작짜 짝짝.
대한민국호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배 위에서 생각하는 대한민국호, 감회가 색다르다.

선상에 댄스타임- 우리팀 용선이의 예쁘고 재치있는 춤이 좌중을 휘어잡고
우리의 놀기엔 군더더기같은 나이를 떨거주며 덩달아 설레게한다.
이긴팀으로서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마음껏 실내를 돌기도 하고
마카레나 춤을 흉내내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0여년 전 훌라춤을 추는 아가씨들을 따라 좌중을 압도한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이었는데,
오늘은 우리팀이 좌중을 휘어잡으니 대단하다.

선상에서 바라본 일몰, 조금도 변하지 않은 遠景
소월의 시  `외롭다 말을 할까 하니 외로워...`가 있었던가.
`쓸쓸하다 말을 할까 하니 쓸쓸해`슬쩍 도용해본다.
썬셋에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쓸쓸하다`일 것만 같다.

일몰과 어울리는 우리나이, 또래 여행의 감회가 새삼스럽다.
선상에서 머리를 바람에 대책없이 휘날리며 삼삼오오 친구들은  사진을 찍었다.

제4일
오늘은  오하우섬 일주 관광.
폴리네시안 컬쳐클럽에서  여러 폴리네시안 부족들이 배를 타고 춤을 추는 장관을 감상했다.

왜 그들은 독립운동을 하지 않았을까?
미국이 그들을 등따십고 배부르게 잘 대해줘서라지만
나는 그들이 그들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의식구조 떄문이라고 생각해본다.
그래서 폴리네시안들은 그들 가족의 죽음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죽음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한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그들...
누가 더 문명인인가의 잣대는 일률적이면 아니된다.

저녁 만찬 때 공식 35주년 동창회를 했고 `끼 `많은 친구들의 여흥프로에 마음껏들 웃어본다.
웃고 또 웃고 먹고 또 먹고 놀고 또 놀고.
지상낙원이라는  하와이에서 우리가 한 일이었다.

일과 후 와이키키 해변을 거닐었으며,달빛을 받으며 해변에 앉아 흘러간 노래들을 부르니
분위기는 애들 말로 `짱`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같은 노래를 같이 흥얼거릴 수 있는 동창이 있음에 또한 행복했다.

제5일
드디어 석별의 시간
고등학교 때 배운 `석별의 정`이란 노래를
소프라노 알토  멋드러진 이부 합창으로 이미 둘쨋날 불렀지만
막상 헤어지는 순간은 그 노래가 안나온다.

호놀룰루공항은 정말 의자 하나 없이 오래도 기다려야한다.
그 지루하고 지겨운 시간을 그냥 보낼 우리 친구들이 아니다.
추억을 공유하는 대화엔 선생님들이 빠질 수 없지 않은가.
선생님들 이야기...
우리 인일 여고가 얼마나 좋은 학교인가 자화자찬하니 웃음을 자제할 수 없다.

얘기발이 맞는 또래 친구들과 대화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
갈 때보다 한시간 더 걸린 비행이었지만 돌아오는 시간도 결코 지루하지않은 것은
역시 친구들과의 여행이었기 때문임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그래서 옛말 틀린 것 없다 했나보다.저절로 떠오르는 옛말

포도주와 친구는 묵을수록 좋다고.

내일 다시 교실에서 만날 것 같은 익숙한,해서 정다운 얼굴들과 더불어 보낸 하와이 여행은
비록 이제 무지개를 보고 가슴 뛸 나이는 지났어도  
추억여행으로 내내 자리매김 할 것이니 뿌듯하고 대견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