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허당/신금재
동창 친구 인희가 -나는 신년초부터 허당이 되었다-라는 제목으로 실수담을 올렸다.
며칠 뒤 댓글을 올리다가 나는 -허당-이라는 그 말이 떠오르지않아 결국 쓰지를 못하고 그 친구 댓글에 이렇게 쓰고말았다.
친구야, 허당이라는 말이 생각나지않는 것도 허당이지, 라고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남동생들과 하던 허당만들기 놀이가 떠올랐다.
주로 비가 오는 날 심심한 동생들은 사람들이 잘다니는 길에 구덩이를 파서 물을 붓고 그 위에 흙을 덮어서 길처럼 보이게만들었다.
동네친구들을 놀려주려고 만들었지만 때로 어른들이 빠져서 곤욕을 치루기도하였다.
왜 그랬을까.
동생들은 재미있는 놀이로 하였겠지만 보고있던 나도 말려본 적이 없었다.
어릴적 우리가 놀이로 생각하고 하였지만 이웃에게 피해를 준 것 중에는 -서리라는 놀이가 있다.
우리 동네 일대를 널직하게 차지하고있던 화교네 농장은 우리가 서리하는 주무대였다.
여름에는 참외, 수박, 토마토, 가지등이 주렁주렁 매달렸는데 학교 가는 길, 오는 길 우리들의 출출한 배를 달래주곤하였다.
친구들과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서리를 하고 화교네 딸들이 있는 원두막에 올라가서 중국말과 노래를 배우곤하였다.
-이, 알, 싼, 쓰...등 숫자놀이를 하였고 양질랴호, 양질랴호, 바다콰이, 바다콰이--라는 노래는 지금도 생각난다.
언젠가 훼미리닥터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국아가씨에게 중국노래 안다고 자랑하면서 불렀더니 중국발음이 엉터리라면서 다시 불러주었다.
요즈음 아이들이 제 나이수준에 맞는 놀이를 하고 우리들처럼 엉뚱한 놀이를 하지않아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있다.
그러나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 돌이켜보는 추억거리가 얼마나 될까.
뒷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며 나비도 쫓아가고 돌축대 구멍으로 분주하게 드나드는 개미도 잡아보는 데이케어 아이들
물놀이도 하고 모래성을 쌓을 수 있는 여름날이 기다려진다.
참, 데이케어 아이들에게 허당을 만들어보게하면 어떨까.
혼자 슬며시 웃음지으며 바라보는 창밖으로 전나무 위 하얀 눈이 포시시 떨어져내린다.
?우리 어린 시절에 정말 재미있는 놀이 많았다.
허당이라는 놀이에 떠오르는데
비오고 난 다음에 마차 바퀴 지나간 자국에는 물이 흘러갔어
그 물을 흙으로 쌓아서 막아 놓고
호박잎 줄기를 잘라서 흙으로 막아놓은 미니둑에 꽂아서 호박줄기 사이로만 물이 졸졸 내려갔어.
?안녕, 현숙 오늘이 발렌타인이라고 데이케어 아이들이 서로들 초코렛 나누면서 하트 모양의 카드 만들었단다 우리 어린 시절 놀이하고는 사뭇 다른 놀이를 하는 아이들이지 허당놀이의 추억을 좀더 자세하게 기억하네 비오는 날 우리는 돌축대 아래 개울물에서 맨발로 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으이구---화교네 농장에 주는 거름이 그당시 분뇨였거든---그러니 우리는 똥물에서 신나게 논거지--- 어렸을 적 원인불명의 피부병을 앓곤하였는데 돌이켜보니 아마도 그것이 주범 아니었을까 아, 옛날이여
금재 후배!
서울은 오늘 정월 대보름입니다.
나는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냈는데
보름 날이면 조리를 들고 다니며 이웃집의 오곡밥을
모아 왔던 추억이 있고 앞 산에 어른들이 짚으로 만들어 놓은
달집에 한지에 쓴 소원을 매달아 놓고 불을 짚혀 달집을 태울 때 달이 떠 있는 하늘로
올라 가는 불길을 보며 뭔지 모를 경건한 마음으로 소원을 빌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허당 놀이..물을 부었으니 양반이네요.
저희 어릴 적엔 짖꿎은 사내 아이 녀석들이
소변을 갈겨 놓고 애먼 어른들을 골탕 먹인 일들도 있었답니다. (ㅎㅎ)
허당 얘기로
아득한 옛 추억에 잠겨봅니다.
캘거리에 이제 곧 봄이 오겠지요?
즐겁고 건강한 봄맞이 되세요.
금재후배의 글을 칼럼란에서 만나니 반갑군요.
후배 따라서 친구들도 많이 왔네요.
앞으로는 이 칼럼 란이 더욱 풍성해지고 방문하는 동문들도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폰 시대라고 해서 긴 글은 스마트폰에 못 쓰지만
더욱 손쉽게 들어올 수 있으니 가능할 것입니다.
우린 어린 시절 풀이 무성한 여름 날
산길을 다닐 때 풀을 묶어놔서
다니는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게 하곤 했었지요.
놀이가 없으니 그렇게 자연 속에서 재미를 찾지 않았나 싶어요.
?명희 선배님 권유로 컬럼에 글을 올리고나서---괜한 짓을 하였나 자책하였지요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에 마음을 추스려봅니다 추천해주신 블로그에서 정아회장님 반갑게 뵈었어요 언젠가 이곳 캘거리에 어느 교수님과 함께 방문해주셨고 캘거리맑은물동인지에 원고를 보내주셨지요 원고를 보면서 예사롭지않다 느꼇고 그후로 재미수필 사이트에 들어가 종종 보다가 그동안 소원해졌는데 다시 가까이 다가가 공부 해야겠어요 명희 선배님 창가에 놓아둔 이름모를 화분에서 잔잔한 꽃잎이 피어난 겨울 아침 저 꽃잎처럼 소박한 감동을 주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올 한해도 건안하시기를---
?명희 선배님 격려 말씀에 감히--제가 컬럼란에 글을 올립니다
14기 날에 올려보려고 했던 글인데---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 요즈음, 기나긴 겨울날
모처럼 캘거리에 따스한 햇살을 실어 안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