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으로 부터 (Aus der Stille)...


베를린 필하모니가  예전의 상임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별세를 1월 20일 맞은 후 

처음으로 1월 24일 정기공연을 가지며 예정되었던 프로그램을 변경하여 

아바도가 평소에 심오하게 지휘했던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Adagietto를 첫번째 곡으로 

쥬빈메타의 지휘아래  연주하며 고인의 명예로움을 기렸다.


( 아래 독일어 기사의 발췌내용을 번안하여 위에요약한 것입니다)


AUS DER STILLE ...( Stage and Screen 기사 제목 )

Die Berliner Philharmoniker unter der Leitung von Zubin Mehta spielen zu Ehren von Claudio Abbado

Von Sascha Krieger ( 사샤 크리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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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자 독일 신문 기사를  읽고 나름대로 생각에 잠긴다.

지휘자  쥬빈 메타는 생전에 고인과 58년동안 동료로서 절친하게 지냈던 사이였다.

오래전 청년시절부터 같은 세대를 살아온 노장들의  이별을  아바도를 위해 지휘하며 음악으로 승화 하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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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장에 마련된 박명록에 영면을 애도의 글을 적는 청중)



이 음악은 독일의 노벨문학 수상작가 '토마스 만 / Thamas Mann '의 소설 '베니스의 죽음'을

동명 영화로 1971년에 '루치노 비스콘티/ Luchino Visconti ' 가 감독한 '영화 배경음악'으로도 유명하다.

 

안개가 자욱한 베니스 선상에서

주인공 음악가가 배의 가장자리에 앉아 쳐다 보는 저기 저 먼곳이 

바로 죽음의 저 건너를 상징하는 듯  시작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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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쥬빈 메타는 이러한 모든 경황을 참작하여 

이곡을 선별하고 

마치 아바도가 지휘하듯이 섬세히 곡을 만들어 갔다는데...


곡이 마쳤을 때 청중은 모두 숨을 죽이고 침묵의 순간으로 ,

고인이 평소에도 이곡이 마친후 침묵으로 집념했던것 처럼...

이것은 열광적인 어느 우뢰박수보다 더 고인을 높이 칭송하는 것이었다고 

또 다른 신문 DW의 기사가 전해준다.(Schweigeminute f?r Claudio Abbado: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위한 묵념의 순간)


여러 신문지상에 그의 별세소식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화제가 있지만,

1989년부터 2002년동안 지휘자로 지냈던 베를린 필하모니 시절의 고인은 

56세부터 69세로 가장 왕성한 시절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내가 아바도를 직접 만났던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그는 베를린필하모니의 상임 지휘자가 되기 전인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비엔나 필하모니와 국립오페라 하우스의 감독을하며 

2년간 베를린과 비엔나필하모니를 역임 하였었다. 


나는 오늘  그 시절의 그의 모습을 그리며 이 곡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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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 Cordula Groth)



그는 이제 저기 저 안개 속 어느 곳에서인가 

말러와 대화를 조용히 하고 있을 것이다.


독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후리드리히 / Caspar David Friedrich' 는

안개그림을 종종 그리며 

'인간의 미래는 안개넘어 저기 있는 신비'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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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은 문학으로,

비스콘티는 영화로,  

후리드리히는 그림으로 안개를 사이에 두고  삶과 죽음의 상징성을 나타냈다.

우리 또한 예술의 상징성을 떠나서라도,

누구나 미래에  죽음이 닥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나는 신이 주관하는 자연, 그리고 영혼과 더불어 사후의 영원함도  믿는다.

(물론 일관성이  아닌 각각의 삶의 자세가 다를지라도...)


고인은 평소에 

말러의 고요함이란 바로 '소리의 다리' 라고 했었다.


그 고요함이란 

절대 절명의 정적으로 

자연의 미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있는 고요함이라했다.


오늘 이 밤의 고요함으로 부터 

잔잔한 바람을 타고  소리의 파장이 전해온다.


클아우디오 아바도님!

당신이 사랑하던 그 고요함속으로 

안녕히 가십시요.


2014년 1월 29일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