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정신이 육체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요즘 며칠간 아프다보니 

모든 것들이 귀찮아지고 겁이 앞서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육체가 정신을 지배하는 사람인 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나이와 건강과 더불어 변해가는 것이 분명하다.


어쩌다 아프다고 말했다가 

" 어디? 심각한 것은 아니지?" 이런 반응을 받으면 

" 별것도 아닌데 수선피는게 아닌가?" 하다가도 

" .. 아니 , 그래도   혹시..." 하다가 

어느정도 괜찮아지면 흐지부지 방심하는 것이다.


여하튼 이제 나이가 60고비를 넘어서면서 

이리 저리 조금씩 아프기 시작한다.



난 주말에는 생신을 맞으신, 린츠근처 공군기지 

관사에 사시는, 친지어르신을 찾아 뵈었다.


공군기지 교차로 .jpg


그동안 전립선암으로 37번의 케모를 받으시고 수술이 필요없게되어 안심 되었던 차였다.

소식으로 들었을 때는 그저 다행이구나 했었다.


그런데, 

그분을 만나고 그간의 사정을 얘기하시는데 너무 그 과정을 혼자서 넘기신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이 그득 들었다. 


자제들이 대학가는 시기에 부인을 암으로 잃고 공군고위공무원으로 퇴직한후 계속 그곳 관사에 사시는 분이다.

이제는 뒷바라지했던 자제들이 성장하여 박사, 전문가로서 비엔나에서 살고 있으나 부담을 주고 싶지않으며 

본인이 평생을 바쳐 지내 온 그곳을 떠나고 싶지않아  그곳에 계시는 것이다. 


공군기지 1.jpg


이번의 투병기간에도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않아 

가볍게 말씀하시고 지내셨던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숨을 도셨는지 얘기를 하시는데,

치료를 받고 돌아와서는 한동안 소파에 누워있었다고 하는 순간 

내마음이 저절로 저려왔다.


그 분을 같이 찾아뵈었던  자제들과 동네를 산책하며 

부인이 잠들어있는  동네묘지도 찾아보고 

린츠시에 가서 산책하다 식사도 하면서 

사람이 늙어가면서  어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었다.


어둠속 공군기지 .jpg


나는 그 분 같은 경우가 온다면 

딸애에게  부담을 주는 사람일 것이다.


오! 나의 육체여 제발  정신을 살살 볶아 주시구려.

나는 겁장이라오. 질리게 말어주오. 아프면 다 놓아 버리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요.


힘든병으로 투병하면서도 용기있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분명히 엄살장이인가 보다.


슈베르트의 론도 연탄곡을 들으며 글을 적는다.


나의 육체와 정신도 

이렇게 두사람이 한사람처럼 조화와 협화음을 이루는 것처럼 되기를 바라면서

또한 그분이 재발하지않고 오래도록 강건하기를 기원한다.


2014년 1월 17일 새벽 2시 반에 


비엔나 겁장이 김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