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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굴드/ 김옥인 


내가 음반으로 글렌 굴드를 만난것은 

비엔나로 유학와서 얼마 안된 때였다.


아직 오디오 시설이 집안에 안 되어 음악의 고갈증으로 허기졌었다.

앙상블을 같이 하던 동료가 동네마다 도서관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음반을 듣을 수있다고 알려주었다.


당장 그곳으로 갔었다.

딸애를 적당히 맡길 곳이 없어 데리고 갔다.

다행히 그곳에는 어린이들이 놀수있는 놀이방이 있어 나처럼 엄마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데 집중하게 되어있었다.

(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 나는 그때가 무척 그리웁다. 

음악에 대한 동경과 인식욕의 허기를 채워주던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의 정신적 충전... 

동행했던 딸애도 그 때 놀이방에서 풍요로운 그림책들과 놀이기구를 대하던 경험을 귀한 추억으로 간직한다.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고..오히려 누구의 간섭없는 자유로움이 유일했던 보석같은 순간이라고 .. )


그곳에 소장한 음반( LP.CD. )목록에서 내가 듣고 싶은 것을 골라 

창구에 주면 틀어주었는데.,머리에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각자 자리에서 들을 수있었다.


어느 날 바흐의 곡을 들었는데,

내가 잘못 듣는것 같았다, 왜냐하면 허밍하는 소리가 너무나 가까히 들려왔기 때문이다.

헤드폰을 벗고 주위를 살폈으나 모두 조용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다시 헤드폰을 쓰고 듣었다.. 여전히 들려왔다.

나는 그때까지 글렌굴드에 대헤서 너무나 무지한 사람이었다.

30여년을 음악을 배우며 살아 온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지도교수님에게 가서 나의 경험을 말했다.

그랬더니 Gould의 음반을 듣지 말라고 했다.

너무나 굴드의 음악해석이 특이하기때문에 

배우는 입장에서는 기존의 기초해석으로 연습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의 음악을 들어버린 후였다.

나의 내면의 욕구는 벌써 변화된 이후였으나 

교수님에게 교습을 받을 때에는 예전과 같이 쳤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내가 왜 한국에서 그를 모르고 살았는지 어렴풋이 짐작을 했다.

한국의 지도 교수님도 굴드에 대한 생각이 비엔나 교수님과 동일 하였던 것이리라.. 하고


그 후 

음악활동을 하며 친해진 악우가 

내가 아직 오디오 장치가 없는 것을 알고 

본인의 CD를 테이프로 옮겨주어 그것을 듣었으며 

국영 방송국에서 보여준 기록 영상을 녹화했던 비디오 테이프를 빌려주어 

점점 굴드를 이해하며  집중하게 되었다.


CD 플레이어를 마련한후 

내 자신이 골라  그의 바흐 골드베르그변주곡을 장만했을 때는 너무 행복했다.


그는 1932년에 태어나서 1982년에 죽은 카나다 음악가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 그는 이미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으나,

31세가 되면서 공개 연주는 안하고 녹음만 했다니 

저절로 한국에 공연하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문명의 이기에 따라 

그의 연주 동영상도 이렇게 종류별로 보게  더욱 용이해졌다.


오늘은 그에 대한 기록 동영상을 보며

그와 가까히 만난다.


이런 방대한 자료를 모아 인류 후세에게 전해주는 

관계자 모두에게 감사하다.


글렌 굴드님  당신이 남긴 음악을 귀하게 듣습니다.

고맙습니다.


2013년 1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