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와 더불어 (2)  `찰나를 그린 화가`-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  김옥인



오르세이미술관이 소장한  드가의 그림 `오페라좌의 오케스트라`를 만나며 드가의 감각에 놀라웠다.

회화는 평면과 멈춤의 예술이다. 그러나 그가 나타내고자 한것은 머물러 있는 정적인 것 보다 

순간적 움직임의 율동과 리듬을 중시했다그래서 사실적인 그림처럼 보인다

또한 음악과 무용을 미술과 연결시킨 것이다.

당시 사진술의 순간포착 즉더도 덜도 아닌 바로 앵글에 잡힌 것을 나타내었던 것을 본보기로  그림에도 적용한 것이다

드가가 나타낸 이러함이 일반적으로 그를 ?찰나를 그린 화가라고 일컫게 되었다.



paris 3 202 Degas.jpg

( 참조: 제가 찍은 사진에서 액자가 비스듬히 기울어진 것은  

그림을 유리로 덮혀놓았기에 찍는 순간 유리에 반사되는 것을 막으려고 

사선으로 비껴서서 줌으로 잡아 찍은이유입니다. 

1편의 사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그림은 실제적연주를 바로 잡은 듯 하다..

허나 이면에는 부단한 드가의 뎃상과 정확한 구도의 설정이 이룬 예술인 것이다.


Degas 오페리좌의 오케스트라 .jpg


 

드가는 음악애호가로서 파리 오레라극장 회원권을 가지고 수시로 맨 앞줄에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이 자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케스트라와 공연을 관찰할 수있는 중요한 위치였다.

드가는 공연관람후 음악가와 발레를 재현한 그림을 그리곤 했다.

바로 이 그림은 작품에서 풍기는 사실성 때문에  오르세이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작품 속 관현악단의 모습은 사실 드가의 친구이자 바순 연주자인 데지레 디오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을 모아 완성한 것이다.

 

 이 그림은 세개의 층으로 구분된다.제일 앞에는 관중과 관현악단석을 나누는 난간,

중앙에는 음악에 집중하는 음악가들 그리고 제일 뒤  (, 그림의 상단)에 무용수들이 춤추는 무대이다

드가는 모르는 음악가들 대신 자신의 음악가 친구나 애호가 친구들을 모델로 해서 정확하게 그린다음

그 각각의 초상화를 한 화폭에 모음으로써 이 허구의 관현악단을 완성했다

이 가운데 바순 연주자 ?데지오 디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알베르 구페룰 포함해 네 명 뿐이다

그들 주위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대부분 사선으로 배치되어  관현악단을 구성하고 있으며

전경에 배치된 첼로 연주자, 바순연주자 그리고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큰키와 함께 정확하게 묘사된 악기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각되어 보인다.

 

음악가들 구역과 무용수들이 있는 구역은 회화기법이나 색채, 빛 배치방법에서 서로 대립된다

오페라에 실제로 소속된 것으로 추정되는 음악가의 초상은 사진처럼 정확하게 묘사된 반면 무용수들의 윤곽은 

빠른 붓질로 희미하게 처리되었고,빛이 환하게 비춰지는 무대는 어두운 오케스트라 박스와 대조를 이룬다.

무용수들의 다리와 발레복이 무대 앞에 놓인 조명을 받아 환히 빛나며 관람자의 시선을 끌고는 있지만,

머리가 잘린 채 그려진 발레리나의 모습 모티프로서의 중요성을 상실한  

단순히 중심 소재에 끼워진 역활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발레 모티프는 다소 무미건조한 중앙 구역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나중에 덧그려진 것이다

그것은 또한 색채적으로 음악가들의 무채색 연주복에 대비하여 색감이 들어가 음악가들 위에서 반짝이는 역활을 했다.

 

이 작품에는 1860년대 말 초상화가로서 드가가 가졌던 예술적 목표가 잘 구현되어 있다.

드가는 자신의 수첩 ?초상화에는 격식이 없다. 초상화는 그 사람  특유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그려야 하며

특히 몸짓 표현하는 바를 얼굴에서도 마찬 가지로 나타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이 그림은 파리를 찾은 수많은 방문자들에게  드가시절의 일명 가르니에 파리오페라좌를 느끼게 하는데 커다란 역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와 발레리나들이 하늘의 스타가 되어 올려지고 스러져 간 곳이다

어떤 공연을 관람하던지 그 시절의 모습을 유추하는데 이 그림을 떠오르게 된다면 과장일까...

드가처럼 제일 앞자리에 앉아 오케스트라의 표정을 보게 된다면 더욱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 그림을 보면서 나는 드가의 눈빛을 음악가들의 선연한 모습에서 감지했었다

붓끝의 선연한 타치가 바로 그의 촉각을 세운 정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요즘보다 쌀쌀한 날 저녁에 파리 가르니에 오페라좌에서 발레를 보면서 

드가의 작품을 연상했던 깊은 향수가 이 밤에 다시 이 그림을 보니 더욱 더 정겹다

내가 본 좌석은 급하게 구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슴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렸던 오케스트라 단원석과 발레리나 뿐만이 아니라  드가가 앉았던 자리까지 훤하게 보이는 높은 곳이었다

정면이 아닌 옆좌석의 장점을 확인했다. 특히 오케스트라석을 보기에 안성마춤인 것이었다.


Paris Oper Orchester1.jpg


그 이후부터 어느 곳이나 공연을 보러 가면 공연전후나 휴게시간에  오케스트라단을 찾는 습관이 생겼다

많은 공연의 음악을 주관하나 공연시 어둠에 가려 무대만을 주시하게 되어 관객에게 관심 못 받는 자리... 

그러나 그 아래  한곳에 음악의 중심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드가가 나타내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는 이렇게 덧붙여 말하고 싶다 


'찰나를 그린 화가'라로 불러지는 그를 

"찰나를 발견해 그린 화가가 아니라 찰나를 창출해 그린 화가라고..."

 

드가의 이 그림은 이렇게 나에게 아직도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2013년 10월 25일에 



드가와 더불어 (1) 무희가 되어 (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