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불을 품은 곳을 다녀와서 / 에트나화산 트레킹
오래 전에 스위스의
알프스 융푸라후를 몇번 다녀온 후, 높은 산은 별로 다니지 않고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이 알프스 자락이라서 더 그랬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오년전 고국 방문하면서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려고 했으나 일기가 안 맞아 포기하였던 기억이 내내 아쉬었다. 이번 여름 휴가로 시칠리아섬을 예약한 후에 동행친구가 그 곳에 활화산이 있는데 꼭 등정해야한다고 등산화를 필수로 착용하라는 말에 무슨 화산? 아니 남쪽 나라 섬의 산이 높아야 뭐 그리 높겠다고?
라고 시근퉁 생각하였었다. 그러면서 오래전 화산의 폭발로 폐허가 된 폼페이를 다녀오면서 막연히
화산의 불을 뿜어내는 산봉우리를 상상하던 것이 떠 올랐다. 드디어 여행이 시작되고 비행기가 시칠리아 섬위를 나르는데 바다를 그리워 하며 찾았던 나에게는 높은 산 봉우리에서 연기가 오르는 모습을 보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옆자리 친구는 와! 보인다 우리가 행운이 있나보다 .. 요즘은 잘 안 보인다던데,, 겨울에는 청량한 날씨에 눈이 쌓인모습이 멋지게 보인다고 하지만.. 나의 반응이 별로 없자 친구는 혼자서 창밖사진을 열심히 찍는다.
아니 무슨 눈이람? 알프스도 아니면서.. 계속 의아함이 들었지만 함구하고 창밖 멀리 보이는 에트나산을 바라보았다. 도착하여 며칠간을 아랫쪽에서 지내며 에트나산의 기후를 체크하다가
하루일찍부터 그곳을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깥으로 나오니 기온이 훨씬 낮은 곳이었다. 등산복을 집에서부터 가져왔으면서도 아래 호텔날씨가 35도를 넘으며 너무 덥길래 호텔에 그냥 놔 두고 안 가져온 것이 살짝 후회되기 시작하였다. 케이블카를 타는 곳의 지도에 총 높이가 3345 미터라고 표시되어 있다.
내가 올라갔던 알프스정상이 5000미터 정도이고 한라산이 2000미터 남짓된다는 아주 초보적 상식밖에 없었던 나는 에트나 산의
높이에 놀라웠다. 가격표를 보니 세가지종류인데, 그냥
케이블카만 이용해 올라가 각자 정상으로 가는표, 거기에 짚차를 타고 중간 까지 가는것 추가,
또 거기에 가이드 동반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포함한 것으로 구했다. 먼저 등정준비를 제대로 해왔다면 모르지만 준비없이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며
아래 돌밭에 자라나는 야생화들로부터 생명의 신비로움을 받아드리게 된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기온이 훨씬 떨어져 방한복을 빌려주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짚차를 타고 중간까지 갈테니까 그냥 바깥으로 나와 짚차에 올라탔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동승하여 같이 올라간다. 모두들 왁자지껄 .. 세상사람 모두 비슷함에 웃음을 지어본다.
중간에서 모두 내려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완전한 길로 트래킹한다.
무슨 말로 표현하랴.... 검은빛과 붉은빛의 조화
. 연기가 사알살 나오는 곳을 통하며 천지창조하신 하나님의 능력에 저절로 고개를 숙인다.
정상에 오른 후 두손을 들어 하늘을 향한다. 오늘 이 경험을 누리게 하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다시 짚차를 타는 곳으로 내려와 야생화를 살펴본다 아래로 부터 올라오는 케이블카들도 생명력이 있어 보인다.
고대 그리스 로마사람들은 화산의 변덕스러운 위력을 신의 조화로 생각했다고 한다. 또한 16~17세기에 살았던 독일 천문학자 요한네스
케플러는 화산을 지구가 흘리는 눈물의 샘이라고 믿었다고 전한다. 올라오던 곳을 다시 내려가며 오르기전 무지하여 건방졌던 내 마음이 이리도 변화된 것이 바로 기나긴 세월동안 불을 품고 있다가 적당한 시기에 뿜어내어 숨을 쉰다는 에트나의 조용하면서도 굳건함에 비롯된 것을 깨닫는다 .
신의 조화던지, 지구가 흘리는 눈물의 샘이던지
, 나에게는 삼라만상의 경건함으로
닥아온 귀한 경험이다. 아래 주차장에 내려와 광고판 사진을 보니 꽃이 피는 계절은 더 장관임을 알 수 있다.
언제 다시 또 오려나.. 다시 못 온다고 해도 오늘의 느낌으로 그대 ´몬테 에트나´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2015년 8월 28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에트나 화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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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에서 인사 보냅니다 (클릭)
참조: 자유게시판의 시칠리아 전반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