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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월 27일 족두리봉에서 건너다 본 봉우리)

 

사십 대 후반  나는 북한산을 자주 갔었다. 

혼자도 다니고 친구들과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 다닐 때가 더 많았다.

주로 북한산성 입구에서 시작하여 원효봉까지 갔다가 오는 코스다. 

백운대까지는 두 번 올라갔었다.

 

그 후에도 북한산은 내가 가장 많이 오르던 산이다.

특히 친구들과 일주일에 한번씩 산에 다니고 부터는 북한산의 모든 코스를 섭렵했다.

구파발로도 오르고, 정릉쪽에서도 오르고, 간 코스 또 가고, 둘레길도 갔다.

재작년에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도 갔다가 왔다. 

 

오늘 북한산 등산은 불광역에서 시작해 족두리봉으로 해서 상춘대쪽으로 내려와 불광동으로 다시 왔다.

그곳  먹자골목에서 생태탕을 먹었다.

시간도 있고 친구들과 헤어지기가 뭐해 조그만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겁없이 오후 늦게 먹은 커피 탓으로 새벽이 되도록 잠못들고 있다.

스마트폰에 있는 사진을 꺼내왔다.

예전에 써 놓은 시가 있어 다시 읽어보고 옮겨다 놓았다.

북한산은 오르고 또 올라도 여전히 좋은 산이다.

 

 

                                          <북한산>

 

힘들 때,

세상이 싫을 때,

나는 산에 가지.

산은 너른 품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지.

 

산은 내게 가르치지.

사는 것은 물리 시간에 배운 도르레의 법칙과 똑같아

살아가는데 드는 힘의 양은 같다고,

지금 가파르면

언젠가 평탄한 길이 나올 것이고

그도 아니면 견뎌낼 힘을 주실 거라고,

오르막 내리막길을 만들어 놓고 가르치지.

 

산은 내게 가르치지.

사람들의 마음은 물 그릇 같아 담겨진 그릇에 따라 달라진다고,

사랑하는 마음에 담으면 사랑이고

미워하는 마음에 담으면 미움이다,

내가 그릇에 담는 것이지

누가 내 그릇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고,

계곡에 푸른 하늘을 담그고

온몸으로 가르치지.

 

또 산은 가르치지.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가고

내일 누군가도 왔다가 가는,

그런 인생이라고

미움도 사랑도 헛된 것이고

부귀와 영화도 그런 것이라고

스러지는 풀 포기 떨어지는 이파리

물 흘러 보내며 가르치지.

 

산엘 갔었지.

산은 언제나 너른 품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지.

내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네.

나도 누군가에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