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에 가족과 북경을 다녀왔다.
`북경 역사 기행`이라는 그럴듯한 관광 상품이름에 끌려 일찌감치 신청했다.
북경 하면 펄벅의 `북경에서 온 편지`,임어당의 장편소설 `북경의 추억`,
또 고등학교 떈가 단체관람한 영화 `북경의 55일`이 떠오르는 향수가 있는 古都.

그런데 막상 여행은 역사기행이 아니라 장사기행이었다.
자금성,,이화원,만리장성,천단 등의 유적지는
그야말로 주마간산으로 뛰면서 바삐 흘깃거릴 시간밖에 주지 않고
약,비단,차 진주 등등을 파는 곳에서야 널널한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중국의 역사를 느끼고 어쩌고 할 여행이 아님을
첫날 가이드가 소위 `팁`을 미리 걷을 떄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순하고 후한 일행 대표가 또 걷은 `이중 팁`에 이르러 짜증이 겹쳐지고...

그런데 북경에서 보낸 3박4일은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니느라고 수학여행처럼 버스에 탄 시간이 많았다.
그러니 자연스레 일행에 눈길이가는데 그 중
용모단정하고 차림새 정갈한  중년여성이 눈에 띄었다.

우연히 그녀가 서울에 있는 조카와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부드럽기를 솜사탕에 비유한다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나   ``어쩌면 그렇게 상냥하세요?
그녀  ``감사합니다. 그런데 칭찬이시죠? 어떤 사람들은 닭살이라고도 하는데요...``

닭살? 그러고 보니 중학교 떄 그야말로 너무도 상냥한 친구가 반에 있었다.
아주 부드러운 그 친구의 말투를 우리들은 암암리에 닭살스럽게 여긴 분위기였다.
우리집 분위기도 만만찮게 무뚝뚝했기  떄문에 상냥함 이콜 가식으로 취급했었지...

버스는 달리고 나는 부드러움과 여성적인 것에 상관관계를 생각했다.
`여성적인 것이 영원히 우리를 인도한다`(기억하기로 고등학교 국어책에서 배웠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이던가.
어린 나는 그 떄 `여성적인 것`을 무엇으로 이해했었을까?

자신의 정체성이라 못박아 둔 틀을 부드럽게 서서히 변화시키며
곱게 늙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이
북경여행의 소득이었다.(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