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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등걸의 둘레가 늘어나듯
내 가슴에 응어리가 쌓인것 같기도 하고,
새싹이 돋고 낙엽이 지는걸 바라본 세월 속에서
늘어난 건 주름 밖에 없는것 같기도 하다.
무얼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나의 기다림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늘 기다림 속에서 살아 온 것 같다.

어느 날은 가슴이 저리도록 아프다.
그럴 때 나는 습관처럼 하늘을 바라본다.
어릴적 별들을 가득 품고 있던 짙푸른 하늘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은 푸른기가 돌고 있는 하늘을
난 목을 길게 늘이고 쳐다 본다.
저 하늘 어딘가에 내 꿈의 조각이 남아 있겠지 .....
환갑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도 철들 줄 모르는 채
그저 아무생각 없이 올려다 본 하늘엔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은
가슴이 싸하도록 찬바람이 분다.
그러면 나는 차를 몰고 무작정 바다로 달려 간다.
스스로 감당 할 수 없어서
자신을 불사르듯 수평선 끝에 걸려 허우적 거리며
구름을 물들이고 있는 태양을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한참을 바라보면
가슴에서 맴돌던 바람이 노을에 함께 물들어 가며
내 안에서 훌훌 털고 파도에 묻혀 버린다.

찾아 간 바다에 파도가 크게 일 때는
성난듯 달려드는 모습에 가슴을 움츠리고,
바닷가 한켠에 굳어버린듯 버티고 선 작은 바위에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물결의 울부짖음을 듣곤 한다.
삐죽 튀어 나온 모퉁이에 철석이며
내가 왔노라고 .....
바다 저 편에서 기다리다 기다리다 내가 왔노라고 ....
마른 바위 몸을 적시며 철석이는 파도는
잊은 줄 알았던 그리움을 꿈틀거리게 만든다.

어느 새
갑자, 을축, 병인.....
한바퀴 돌고 다시 되돌릴 때가 되었는데
내 눈은 아직 젖어 있고,
내 안엔 영글지 못한 감정의 씨알이
서로 싸우며 자리다툼을 한다.
아직도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눈물을 찔끔거리고,
어제처럼 하얗게 내리는 눈속에서 설레이는 나를 보며
언제쯤 철이 들려나..... 길게 숨을 내 뱉으며 올려다 본 하늘은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 사진은 강화 대명포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