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산모퉁이에 야채를 펼쳐놓고 파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다. 
길에 나와 앉아 하루종일 야채를 파는 할머니의 모습이 구차해 보이지 않는 것은 
언제나 밝고 기쁨에 넘치기 때문이다.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은 할머니의 사연은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준다.
젊은 날 할머니는 그 시대 사람들이 흔히 그랬듯이 
일 자리를 찾아 서울로 무작정 상경을 했다. 
달동네에 정착해 일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던 중 남편이 사고로 돌아가셨다.
다섯 아이들과 갑자기 일을 당해 어쩔 줄 모르던 젊은 날의 할머니는 
시장에서 야채 이파리를 주워다 삶아 우거지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우거지를 펼치고 앉으면 경찰이 와서 불법 장사라고 내쫓았다.
어느 날 할머니는 경찰에게 매달려 할머니는 울부짖었다.

“경찰관 나으리. 내가 이거 못 팔면 우리 애들 다섯이 굶어 죽어요.
 나 하나 굶어 죽는 것이야 괜찮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애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 ”

경찰은 할머니 몰래 집에 가 보았다. 
정말 할머니의 말대로 다섯 아이들이 서로서로 봐 가며 옹기종기 놀고 있었다.
다음 날 경찰은 할머니를 데리고 다른 시장 모퉁이로 데려가 말했다.

“아주머니! 먼저 먼저자리는 불법이라 장사하면 안되구요, 
여기서는 장사해도 되요. 
모르긴 해도 이곳이 먼저 장소보다 훨씬 나을 겁니다”

경찰의 말대로 그곳은 생각보다 장사가 잘 되었다.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야채를 팔아 
다섯 아이들 모두를 훌륭히 키워 모두 출가시켰다. 
지금은 야채장사를 하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할머니에게 야채 파는 일은 
따뜻한 기억을 되새길 수 있어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얼마전 자식과 함께 투신 자살한 엄마의 충격적인 사건이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남편은 실직으로 일거리를 찾아 집을 나가고 
집에 남겨진 여자는 아이들과 함께 막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어려울 때마다 긁은 카드빚이 불어나 큰 고통을 당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먹고살기는 힘들어도 
사회가 복잡하지 않아 억척스럽게 일하면 살 수 있었다. 
요즘은 TV 광고며 홈쇼핑이며 아무 데서나 발급해 주는 카드 등 
유혹의 손길이 너무 많다. 
가뜩이나 소비에 길들여진 세대는 그런 것들을 뿌리치기가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벼랑 끝까지 몰리는 사례들을 많이 본다. 
예전에 비해 살기가 편해졌으나 사람들은 약해져 조그만 고통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은 사십 년 전 
어느 경찰관의 할머니에게 보여준 따뜻한 마음들이 메말라 가고 있다. 
이웃이 어려운 상황에 쳐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따뜻한 배려들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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