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가 ....
아마 처음일거야.
길도 없는 산속을 헤메이며 싱그런 바람속에서 땀을 흘리며
난 지난 식목일 연휴를 그렇게 보냈다
이제야 겨우 봄 문턱에 들어선듯 싹이 파릇파릇하고, 인천에선 목련이 활짝 핀걸 보고 떠났는데
봉오리가 채 입도 벌리지 못한 산동네에서 난 모든걸 잊고 산속을 걷고 또 걷고,
미끄러지고 주저 앉으며 며칠을 보냈다.
사진을 제대로 찍지도 못하면서 행여나 내게 행운이 찾아와
귀한 야생화를 만나 담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레임에
내 몸하나 추스르기도 힘든 비탈진 산길에 걸리적 거리는 카메라를 꼭 끼고 다녔다.
앞다투어 고개 내미는 이름모를 풀들이 가득한 그 곳에서
내가 아는건 쑥과 냉이뿐 (그것도 아직 너무 어린)
그러다 우연히 만난 아저씨가 나물캐러 가느냐며
저 만큼에 달래가 꽤 있다는 얘기에 가리키는 곳으로 서둘러 달려간 곳에는
낙엽을 비집고 실파처럼(?) 가늘게 자란 풀들이 보였다.
뿌리 끝이 혹처럼 둥근 달래는 내 어릴적 기억으로는 달래만의 씁쓰름하면서도 독특한 향이 있었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도록 헤메이며, 아직 어린 달래를 겨우 한번쯤 묻쳐 먹을 수 있을만큼
캐 가지고 내려오니 산에 오르지 못한 어머님은 어린 쑥을 꽤 많이 캐 오셨다.
우린
힘이 든것도 잊은채 신이나서 달래를 하나하나 다듬고, 쑥도 고르며 어릴적 얘기를 양념삼아
보물찾기하듯 캐 온 나물을 다듬어, 잔뜩 기대를 하고서
달래는 갖은 양념으로 묻치고, 쑥은 맛갈스럽게(?) 국을 끓였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던 달래의 향도, 쑥의 향도 어디로 가버렸는지 나물도 국도 밋밋하기만 했다.
혹시 내 입맛이 이상해졌나 싶어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아 보아도 내 추억의 향은 찾을 수 없었다.
어찌된 일인가 ....
온실에서 캐 온 것도 아니고 인적드문 산속에서 방금 캐 내온 달래가, 쑥이,
아무런 향도 없다니 .....
우린 그날 저녁 실망속에서 한끼를 때울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날
그래도 꽃에대한 호기심을 어쩔 수 없어 다시 산에 오르는데 어제 만난 아저씨를 또 만났다.
나를 배웅하러 나오신 어머니. 그 아저씨에게 한마디 하신다.
" 어째 달래도 쑥도 아무런 향이 없대요"
그 아저씨가 내 뱉듯 툭 던지고 가는 말
" 시대가 이런데 나물이라고 제대로 되겠어요?"
그 아저씨 말대로라면
언제쯤 봄나물 향을 맡을 수 있을가?